승부구는 자신감 '오뚝이 찬호' 6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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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말에만 투구 수 33개. 3회 말부터 5회 말까지는 3이닝 동안 투구수 27개.

7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나선 '코리안특급'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초반에 흔들렸다. 마음먹은 곳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올 시즌 줄어들었던 볼넷이 1회에만 두 개나 나오며 초반 1, 2회에 3점을 내줬다. 2회까지 투구 수 58개. 승리는 고사하고 5이닝도 넘기지 못하고 내려가는 일만 남은 것 같았다.

그러나 박찬호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텍사스 시절 겁 많고, 자신 없어 하고, 몸을 사리던 그가 아니었다. 3회부터 살아났다. 공격적으로 타자를 향해 덤벼들었다. 3회 공 9개, 4회 공 6개만으로 아웃카운트 3개씩을 잡아냈다. 그 사이 파드리스 타선이 힘을 냈고 3.4회 각각 1점, 그리고 5회 초에는 3점을 뽑아 전세를 5-3으로 역전시켰다. 살아난 박찬호는 5, 6, 7회도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특히 투구 수 100개를 넘긴 뒤 시작한 7회 말 필리스 2, 3, 4번을 상대로 18개의 공을 던지며 삼자범퇴로 잡아내는 장면은 체력.자신감.완숙미가 어우러진 상징적인 피니시였다. 파드리스는 5-3으로 이겼고, 7이닝을 9안타.3실점으로 막아낸 박찬호는 시즌 6승째를 거두며 6승4패, 평균자책점 4.29로 전반기를 마쳤다.

박찬호는 "3회부터 포심패스트볼 대신 투심패스트볼을 자주 던졌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집중력이 좋아졌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파드리스 브루스 보치 감독은 "박찬호는 초반에 안 좋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났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다. 3회부터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텍사스와 샌디에이고 두 팀(후반기 트레이드)에서 시즌 12승8패를 기록했던 박찬호는 전반기 6승4패를 기록함으로써 수치상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내용과 평가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엔 불안한 가운데 타선의 도움과 승운으로 챙긴 승수가 많았다면 지금은 "올라가면 6~7이닝은 맡아준다"는 믿음 속에 안정된 내용으로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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