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석유 공급 말라" 중국에 요청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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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옵션은=미국은 7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중국으로 급파했다. 이른 아침 베이징에 도착한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을 차례로 만난 뒤 저녁엔 서울로 향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힐 차관보의 동북아 방문 목적에 대해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외부의 지원을 차단하는 방안과, 북한이 미사일 관련 기술과 물질을 확산시키는 걸 막는 대책을 관련국들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6일 "미국이 중국에 대북 석유 공급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03년 3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대북 석유 공급을 사흘간 중단한 바 있다.

'다른 옵션'은 북한에 대한 다양한 압박이 통하지 않을 경우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대북 금융제재 외에 미국 정부 차원의 다른 직접 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 북한이 1999년 1차 미사일 실험.수출 유예 선언을 하자 미국은 대북 방산물품 수출 금지와 수출입은행 보증 금지를 포괄적으로 풀었으나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조치가 다시 취해질 여지가 있다. 주목할 건 미국의 군사적 대응 여부다. 만일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미국을 향해 추가 발사하는 등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때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주장한 북한 미사일 기지와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카드가 부시 대통령의 테이블에 오를지 모른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자 사설에서 "외교적 노력이 실패를 거듭한다면 페리 전 장관의 제안이 미래를 위한 하나의 옵션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외교 먹힐까=뉴욕 타임스가 전망한 대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오히려 부시 행정부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말발이 일단 먹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강조하는 외교가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6자회담 참가국에서조차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부시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자리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것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래서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은 10~13일 후이량위(回良玉) 부총리와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보낸다. 중국이 어떤 카드로 북한을 압박하고 설득할지 주목되나 북한이 쉽사리 협상의 길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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