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원화 강세 못 견뎌 무너지는 한계 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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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려했던 원화 강세의 파고가 현실로 닥치고 있는 것이다.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해 11.75%, 올 상반기에 다시 6.61% 절상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163개 기업 중 60%가 수출 마진이 없거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출혈 수출로는 자금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이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원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의 무역.재정적자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으로 달러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인위적으로 원화 강세를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정부 초기에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했다가 나중에 원화 환율이 한꺼번에 떨어지는 바람에 큰 혼란을 겪었다.

결국 기업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환율에 기대어 저가 제품을 밀어내는 식으로는 값싼 중국.인도산이 넘치는 세계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싸도 팔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든지, 틈새시장을 개척하든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원가를 줄이든지 뭔가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적극 발굴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