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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업계는 지금…(41)|우유소비줄자 치즈시장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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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가공업계는 작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15%씩의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올해는 원유소비량이 0· 9%밖에 늘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파스퇴르 등 신규업체의 참여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2000년대까지 유제품 소비증가율이 젖소 사육마리수 증가율에 못 미칠 전망이어서 남아도는 우유의 재고처리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유가공업이 사양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우유가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식품이라는 인식이 넓게 깔려있고 앞으로도 연10%안팎의 성장은 업계의 노력여하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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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우유가 모태>
이에 따라 유가공업계는 수요증가추세가 둔화되는 「마시는 우유」보다는 치즈·요구르트 등 가공품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있다.
한국낙농산업이 시작된 것은 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 중에 축산진흥5개년 계획이 마련되면서부터였다. 62년 1천85마리의 젖소를 처음 들여왔고 71년에는 3만 마리에 이르렀다.
물론 그 이전에 1902년 프랑스인 「쇼트」씨가 젖소 2O마리를 도입했던 기록이 있고 37년 서울우유 협동조합의 전신인 경성우유 협동조합이 문을 열어 소규모의 시유생산을 해왔으나 근대적인 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은 60년대에 들어와서였다.
현재 유가공 업체는 37∼38개에 이르고 있는데 업계의 선두주자는 서울우유 협동조합이다.
서울우유는 62년 가당연유를 첫 생산, 한국유가공산업의 기초를 마련했으며 64년에 버터를, 이어 65년5월 조제분유를 처음 생산했다.
67년 남양유업이 조제분유와 무당연유를 첫 생산, 일시적으로 기선을 빼앗겼으나 서울우유측은 68년 초코우유를 개발, 가공우유시대의 문을 열었으며 69년에는 우유를 사용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등 업계의 선두자리를 지켜왔다.
우유 소비량의 증가추세를 보면 괄목할만한 업계의 성장도 한눈에 알 수 있다.
62년 우리나라 전체 우유소비량은 2천1백47t. 65년에 처음 1만t을 넘어섰고 73년에 10만t, 86년에 1백만t을 초과하게 됐다.
1인당 우유소비량도 62년에 0·1㎏에 불과했던 것이 79년 10㎏을 넘어섰고 현재는 39·3㎏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중 30㎏이 「마시는 우유」로 소비되는 것이 문제다.
마시는 우유보다 치즈·요구르트 등 가공유제품의 소비를 늘려야 하는데 유가공업계의 신제품개발이 늦어진 탓에 89년 들어 우유소비증가추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유소비 둔화로 인한 분유재고량은 현재 전지분유 6천6백85t, 탈지분유 3천4백27t등 1만1백12t으로 적정규모 3천t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분유재고는 원래 3월께 가장 많게 되는데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3월에는 2만∼2만1천t에 이를 전망이다.
87년3욀 분유파동을 겪었을 때 분유재고량이 1만2천t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내년3월의 분유파동을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업계에서도 마시는 우유에 의한 소비증가의 한계를 인식, 치즈·요구르트·아이스크림 등 신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치즈산업이 그 대표적인 예. 치즈는 86년까지만 해도 연간소비량이 6백79t에 불과했으나 87년4월 해태유업이 우리입맛에 맞는 슬라이스치즈를 개발, 시판에 나서면서 한햇동안 치즈소비량을 세배로 늘려놨고 현재는 3천t에 이르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아 파스퇴르가 자연치즈를 생산하는 등 유가공 업체들이 잇따라 치즈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요구르트도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품목 중 하나다.
소비추세도 마시는 요구르트에서 떠먹는 요구르트로 바뀌고 있는데 81년 삼양식품에서 「요거트」를 시장에 내놓은 뒤 인기를 끌자 빙그레가 「요플레」, 한국야쿠르트가 「슈퍼백」, 해태유업이 「요러브」등의 이른바 호상 요구르트를 차례로 내놓고 있다.

<신제품개발 박차>
이에 따라 호상요구르트 시장규모도 작년에 70억원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백억원 규모로 신장될 것이 기대되고 있다.
유가공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신제품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유통과정의 근대화.
현재 우유의 유통과정을 보면 공장→대리점이나 보급소→판매원→소매점 또는 일반가정으로 돼있는데 유통과정이 복잡해 유통마진이 소비자가격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지난 4월1일부터 원유가격이 13% 인상된 뒤 우유공장도 가격을 11%안팎 인상했는데도 유통과정에서 더 올려 받아 실제 소비자가격은 20∼30%씩 올라 우유소비가 둔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최근 삼양식품에서는 직매장 9군데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와 사갈 경우 유제품값을 7∼30%씩 할인해서 팔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전업계에 확산될 지는 미지수다.

<홍보전략도 마련>
더구나 아직도 상당한 양의 우유가 영세 소매점에서 팔리고 있고 소비자들이 집에 앉아서 편하게 우유를 배달 받으려 하기 때문에 유통단계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리점에서 슈퍼마킷으로 우유제품이 곧장 나가고 소비자들이 슈퍼에서 사게되면 우유값이 훨씬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업계는 또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10억원의 예산을 공동으로 확보, 우유소비확대를 위해 홍보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우유 마시기 캠페인도 계획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장경종 상무이사는 업계의 자구노력도 중요하지만 분유재고 누적으로 자금압박을 받고있는 업체들을 위해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주고 낙농가의 원유생산이 너무 늘어나지 않도록 저능력 젖소는 도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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