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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미군 "내 여자친구는 한국인"…북한군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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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2007년 1월 18일 판문점 직통전화 가동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유엔사와 북한군. [연합뉴스 자료]

사진은 지난 2007년 1월 18일 판문점 직통전화 가동여부를 점검하고 있는 유엔사와 북한군. [연합뉴스 자료]

유엔사와 북한이 재개통된 판문점 내 직통전화로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등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를 ‘핑크빛 통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판문점 남측 유엔사 사무실과 북측 판문점을 연결하는 직통전화는 지난해 7월에 재개통됐다. 2013년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며 직통전화를 일방적으로 단절한 지 5년 만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통화 횟수는 164차례에 이른다. WSJ에 따르면 유엔사와 북한군은 하노이회담 결렬과 북한의 발사체 발사 등 군사적 긴장 강화에도 매일 하루 두 차례(오전 9시 30분, 오후 3시 30분)씩 통화했다.

이들은 북한 병사와 6·25전쟁 전사자 유해 미국 송환,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 작업 등 다양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판문점 유엔사 사무실 내 직통전화로 북한군과 통화 중인 대니얼 맥셰인 소령. [월스트리트 저널]

판문점 유엔사 사무실 내 직통전화로 북한군과 통화 중인 대니얼 맥셰인 소령. [월스트리트 저널]

WSJ는 양측이 여자친구, 가족 이야기도 주고받는 등 사적인 이야기도 주고받을 정도로 관계가 쌓였다고 소개했다.

유엔사의 대니얼 맥셰인 소령은 “여자친구와 가족 이야기, 야구 이야기 등 사적인 대화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맥셰인 소령은 “한번은 북한군이 자신은 두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이라고 소개해 나는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가 ‘와’ 하며 놀라워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키스 조던 유엔사 상사는 “북한군과 언어 소통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북한 병사가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건넨다”고 전했다.

지난 2012년 판문점에서 열린 북한군 유해 송환식에서 유엔사 운구병들이 물난리로 유실된 북한군의 유해를 북측으로 송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2012년 판문점에서 열린 북한군 유해 송환식에서 유엔사 운구병들이 물난리로 유실된 북한군의 유해를 북측으로 송환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이들은 몇 차례 만나기도 했다. 북한 병사들은 애플 영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보고 놀라워했고 과자 ‘도리토스’와 ‘초코파이’에 큰 관심을 보였다.

WSJ는 “유엔사와 북한이 핑크빛 핫라인 전화로 여자친구나 LA다저스 야구 경기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과거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한반도 최전선의 긴장이 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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