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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와 장애아의 친구로 한평생...말리 홀트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말리 홀트(Molly Holt)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 17일 오전 6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연합뉴스]

말리 홀트(Molly Holt)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 17일 오전 6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연합뉴스]

지난 60여년 간 한국에서 장애인과 고아를 돌봐 온 말리 홀트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홀트아동복지회는 말리 홀트 이사장이 이날 오전 6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별세했다고 17일 밝혔다. 홀트 이사장은 지난 2012년 골수암을 진단받은 이후 투병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홀트 이사장은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한 해리 홀트(1905~1964)와 버다 홀트(1904~2000) 부부의 1남 5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35년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화이어스틸에서 태어난 그는 새크래드 하트 간호전문대학 간호과를 졸업했다. 간호사가 된 그는 한국전쟁 고아 입양을 위해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1956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홀트 부부는 8명의 한국 아이를 입양했으며 56년 재단법인 홀트양자회를 설립했고 61년에는 홀트일산복지타운을 세웠다. 홀트 이사장은 전공을 살려 불우한 사람들을 보살피겠다며 한국에 눌러앉았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는 60여년간 장애인과 고아, 미혼 부모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자원봉사자로 일해 왔다. 팔순을 넘긴 고령에도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중증 장애인들을 몸소 돌봐 ‘말리 언니’로 불리기도 했다.

홀트 이사장은 생전 쓴 원고에서 “많은 이들이 나를 향해 입양의 대모, 장애아들의 어머니 등 여러 가지 호칭을 사용한다”며 “어떤 호칭이건 나는 스무 살 때 내가 그랬듯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사랑을 온몸으로 원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음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말리 홀트(Molly Holt)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 17일 오전 6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연합뉴스]

말리 홀트(Molly Holt) 홀트아동복지회 이사장이 17일 오전 6시 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3세. [연합뉴스]

또 그는 “가정을 잃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선물은 마음껏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이라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그러한 사명을 안고 반세기 넘도록 일을 해 오고 있건만 세상이 바뀌고 생각이 다양해지다 보니 입양에 대해 부정적인 말이 서운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음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말리 홀트 이사장은 마지막 남은 일생을 ‘마음껏 사랑하는 일’에 쏟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는 60여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홀트의 역사며 산증인”이라고 밝혔다.

홀트 이사장의 장례는 홀트아동복지회장으로 진행되며,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오전 7시이며, 같은 날 오전 10시 홀트일산복지타운 내 홀트체육관에서 영결 예배가 열린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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