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고 없이 발사 중국 크게 당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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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중국의 분명한 반대 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달 28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사일 발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하루 전날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중국은 "미사일 문제와 관련, 북한에 충분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해 반대 의사를 북한에 전했음을 밝혔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직전까지도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보지 않았다"며 "사전에 예고 없이 발사된 미사일을 두고 중국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를 연구하는 베이징의 다른 전문가는 "북한과 중국은 양국 정상의 상호방문으로 기본적으로 우호관계를 다지고 있지만 그 이면엔 갈등 요인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무상으로 지어준 평양의 대안 유리공장을 놓고 최근 벌어진 양국의 미묘한 갈등 관계가 그런 예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대안 유리공장과 관련, 중국에 규모와 시설, 자재 공급 부분에서 상당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북한의 문제 제기가 있은 뒤 일부 관련자를 문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월 양국이 상대국 공무(관용) 여권 소지자에게 '6개월 무비자 우대 조치'를 철회한 것도 양국 사이에 존재했던 '특수 관계'가 줄어드는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점을 들어 중국 내 전문가들은 북.중 간 일부 불협화음이 사전 통고 없는 미사일 발사로 나타났으며,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북한에 직접 경고했지만 유엔 무대에서는 북한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5일 박의춘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를 청사로 불러 35분 동안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러시아의 우려를 전달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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