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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변인 나선 러시아, 미국에 "북한 안전보장해야"

중앙일보

입력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간의 회담에서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ㆍ러 정상회담이 열린 뒤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만났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ㆍ러 외무장관 회담 결과는 서로 간의 차이점을 확인하되 서로를 존중한다는 선에서 그쳤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미ㆍ러 양측 모두 합의했지만 ‘어떻게’를 놓곤 입장이 갈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과 3시간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도 상임이사국(P5)로 참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주도한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했다. 반면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를 거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일정한 안전 보장을 기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며 "우리는 비핵화가 한반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제 유지를 분명히 했는데 러시아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체제보장을 하라고 요구한 게 된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이 거론한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는 향후 미국의 한반도 핵우산 제공의 중단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AP=연합뉴스]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 측에 자신(김 위원장)의 입장,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직접 밝힌 내용이다. 라브로프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으로 보면 러시아는 그간 북한이 요구해온 체제보장과 한반도 전체 비핵화 입장을 미국에 충실하게 전달한 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중국은 현재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어 북한 문제로 미국과 각을 세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이 틈을 타서 러시아가 북한 관련 이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모양새가 됐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난 3일 통화에서 북ㆍ러)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을 했다”며 “우리는 워싱턴과 평양 간 대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거론했다. 북·미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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