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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에 무료노동까지…집배원 사망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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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중인 집배원. 변선구 기자

배달 중인 집배원. 변선구 기자

충남 공주에서 돌연사한 30대 집배원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나며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노동환경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우체국에서 3년째 비정규직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A씨(34)는 집에서 잠을 자다 돌연사했다. 동료와 가족들에 따르면 A씨는 수개월째 격무에 시달렸다. A씨는 우편물을 집에 가져와 분류 작업을 했고, 매일 2~3시간씩 추가 근무를 했다고 가족과 동료들은 증언했다.

한 동료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체국 측에서는 '퇴근한 거로 하고 일을 해라. 주 52시간제 때문에 넘어가면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대다수가 그렇게 일했다. 거의 7시나 7시 반까지 일했다"고 말했다. 또 A씨 뿐만 아니라 많은 동료는 추가 근무를 하고도 시간 외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가족들은 A씨가 휴일에 상사의 개인 이사 등 사적 업무까지 대신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윤소하 정의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조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주 52시간 정책과 경영위기를 핑계로 꾸준하게 집배원들의 노동강도와 무료노동을 늘려왔다"고 비판하며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2~13일 이틀 간 집배원 3명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2명은 심정지, 1명은 백혈병으로 각각 숨졌다. 이에 앞서 4월에도 집배원 2명이 심장마비와 뇌출혈로 사망했다. 특히 지난해 뇌 심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한 집배원은 25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집배원노동조건개선기획추진단'이 2017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2745시간에 이른다. 임금노동자 연평균 노동시간인 2052시간과 비교하면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평균 87일을 더 일한 셈이다.

노조는 최근 집배원 사망자가 201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는 등 무료 노동이 확대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의 주 52시간 정책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했지만, 인력증원 없이 노동시간만 줄어든 것을 지적한다. 공식적인 노동시간으로 분류되지 않아 수당으로도 책정되지 않는 이른바 '무료노동'이 확대됐다는 주장이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가 인력을 증원하지 않으면 무료노동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경영위기를 핑계로 집배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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