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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 효능 조작 또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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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학과 연구기관 등이 30개 품목의 복제의약품(카피약) 약효 분석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55개 품목의 시험 결과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일 복제약과 오리지널약의 효과를 비교.분석하는 주요 시험기관 11곳에 대한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4월 25일 발표한 1차 조사에서 조작이 의심된다고 밝혔던 33개 복제약에 대한 정밀조사와, 이후 추가로 자료를 검토한 209개 품목의 조사 결과다. 문제가 된 약품 중에는 국내 유명 제약사의 제품들도 들어 있어 국산 복제약에 대한 의료계와 소비자의 불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복제약 무더기 퇴출=식의약청은 3월부터 국내 주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시험기관 11곳에서 실시한 실험 자료를 정밀 조사해 왔다. 1차에서 4개 기관 10개 품목의 자료가 조작된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이번에 8개 기관 30개 품목의 조작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번에 시험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 기관은 1차 조사 때도 적발됐던 랩프런티어,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설 생동성 시험연구센터, 바이오코아를 포함해 경희대 약대, 중앙대 약대, 바이오메디앙, 아이바이오팜, 충남대 약대 등 모두 8개 기관이다.

식의약청은 이번에 검사 결과 조작이 확인된 30개 품목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허가 취소, 판매 금지, 대체 조제 금지 등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조작이 의심되는 55개 품목도 시험기관이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면 조작으로 간주해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복제약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 안전성은 문제없나=이번에 추가로 조작이 확인된 복제약은 항생제, 골다공증 치료제, 소화성 궤양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 고혈압 치료제, 편두통 치료제, 소화불량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거담용해제, 알레르기 치료제, 항진균제 등 다양하다.

대부분의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은 첨가제나 제조방법만 다를 뿐 안전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톨릭대 의대 임동석(약리학) 교수는 "조작한 내용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의 사용으로는 인체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제약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다국적 제약사의 거센 공세를 받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는 적지 않은 시험 비용을 들이고도 시험 결과 조작으로 인해 소비자의 신뢰만 잃게 돼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 이후 한동안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복제약의 약값을 오리지널약품의 80%까지 올려 주는 등 생동성 시험을 장려했다. 하지만 시험기관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제약사들의 시험 결과 조작 개입 여부는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전망이다.

식의약청 측은 책임을 인정하고 올해 안으로 약사법을 개정해 생동성 시험기관 지정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지난 1차 조사 발표 뒤부터 생동성 시험 현장을 불시에 방문, 시험 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식의약청은 앞으로 나머지 생동성 기관 24곳의 자료도 확보, 8월 말께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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