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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녹용 먹어도 좋은 느낌 안 와요? 발효 녹용 먹으면 확 다를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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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효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같은 식품이라도 발효·숙성 과정을 거치면 자극적인 맛이 줄고 풍미가 좋아진다.몸에 이로운 물질도 더 풍부해지고 체내 소화·흡수력도 높아진다. 한민족이 수천 년간 먹어온 약재인 녹용도 마찬가지다. 녹용을 발효해서 섭취하면 강글리오사이드·판토크린·아미노산 등 녹용의 다양한 약리 활성 성분을 보다 더 잘 흡수할 수 있다.

녹용의 효능 극대화

수사슴의 어린 뿔을 잘라낸 녹용은 대표적인 보양 한약재다. 사슴의 뿔은 뼈의 일종이다. 풀이 자라듯 매년 봄에 말랑말랑한 뿔이 새로 돋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는다. 성장 중인 사슴의 뿔은 신경이 살아 있고 혈액 생성이 활발해 빠르게 자란다. 한의학적으로도 녹용은 부족한 혈과 양기를 보충해 준다. 기혈을 풍부하게 하고 몸에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 떨어진 기력을 올리며 체력을 보강한다. 『동의보감』에는 오랫동안 허해 생긴 병에는 녹용으로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 영조, 청 건륭제 80대 장수 비결

생장력이 탁월한 녹용은 왕의 숨은 건강 비결로 꼽히기도 한다. 장수(長壽)로 이름을 날렸던 조선시대 영조와 중국 청의 건륭제는 녹용이 포함된 보약을 늘 챙겨 먹었다. 당시엔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임금의 평균수명이 50세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영조는 83세, 건륭제 역시 황제로는 드물게 89세까지 장수했다. 최근에는 녹용의 효능을 배가시킨 발효 녹용에 주목한다. 발효 녹용은 온습도가 일정한 환경에서 약용 버섯인 동충하초에서 분리한 균주를 이용해 만든다. 자연스럽게 발효하는 과정에서 녹용의 영양소가 극대화된다.

발효 녹용의 효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녹용의 유효 성분이 많아진다. 발효로 녹용의 약리 활성 성분을 가진 입자는 잘게 쪼개진다. 세포 간 결합을 끊어 세포 속에 남아 있던 유효 성분까지 추출할 수 있다. 녹용의 추출 효율이 높아지는 셈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녹용의 유효 성분 추출률이 40~50% 정도지만 발효 녹용은 그 비율이 90%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발표된 발효 녹용의 생리활성 연구에 따르면 발효 녹용은 일반 녹용보다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발효 전 7.9㎍/ml에서 발효 후 14.9㎍/ml로 88.6%나 증가했다. 또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 많아졌다.

둘째로 생체 이용률이 높아진다. 분자 구조가 단순해지면서 장의 흡수율이 높아진다. 발효 녹용은 그 자체로 소화 흡수 기능을 개선한다. 발효하는 과정에서 효소가 많이 생산돼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는다. 만일 효소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것을 챙겨 먹어도 몸에서 받아들이지 못한다. 발효 녹용은 이런 한계를 보완했다. 체내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전분을 효소가 일차적으로 분해한다. 기능성 위장장애 등으로 소화 흡수 기능이 약한 사람도 녹용의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동물실험에서 발효 녹용은 효소의 활성이 50% 정도 높았다는 분석이 있다.

셋째로 녹용의 효능을 증강한다. 발효 녹용은 본래 녹용이 지니고 있던 유효 성분의 활성도를 높여 성장 촉진, 조혈 작용 등의 효능을 강화한다. 게다가 발효로 전에 없던 새로운 효능도 추가된다. 면역력 증진이 대표적이다. 발효 녹용은 인체의 초기 면역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보체계(대식세포 기능 촉진, 염증 반응 증진 등을 담당하는 면역 체계의 일부)의 활성을 유도한다. 발효 녹용의 보체계 활성을 분석했더니 강력한 보체계 활성 인자가 발견됐다. 인체 면역·방어 기전을 증진하는 데 발효 녹용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반 녹용에는 발효 녹용에서처럼 보체계 활성을 유도하는 인자가 없다.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을 이용해야 한다. 발효하는 과정에서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해 녹용의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숙성시켜 준다. 같은 버섯 균사체라도 어떤 종균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발효의 결과가 다르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덜 진행됐을 수 있다.

발효 녹용을 원료로 만든 제품 선보여

녹용 영양소의 질도 끌어올린다. 기존에는 녹용을 섭취하기 위해 알코올에 담근 후 세절해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녹용의 유효 성분이 소실된다. 그런데 버섯을 이용한 특수한 발효공법으로 72시간 동안 녹용을 발효시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80도 이하에서 저온 농축해 녹용 영양소가 휘발돼 사라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녹용 영양소는 풍부해지고 면역 활성은 증가한다. 녹용의 이용 효율을 높인 셈이다.

최근엔 발효 녹용을 활용한 제품도 나왔다. 녹용 관련 제품을 선택할 때는 품질과 안전성 등을 살펴야 한다. 녹용은 사육·채취 방식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목초지에서 사슴을 방목해 키우는지, 서식지에 사슴 전염병인 광록병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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