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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재야 영등포을 재선거 참여 의미 |진보정당 결성 가능성 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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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등포 을구 재선거에 범 재야권이 단일후보를 내세워 참여키로 한 것은 현재의 제도권 4당 체제에 대한 범 재야의 정치적 도전의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거결과에 따라서는 야당의 재편을 재촉하는 움직임이 가시화 될 수 있고 진보정당 결성시기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1노3김 구조 청산을 위한 영등포재선거 범 민주대책위원회 준비모임」은 결성기자회견을 갖고 18일쯤 범 민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과 동시에 민주적 양심인사를 후보로 추대 발표하겠다고 선거참여 의사를 정식으로 밝혔다.
준비모임은 『정부·여당은 비민주적 공권력 조치로 독재체제로 회귀하고 있으며 야당은 분열 속에 민주화 주체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이번 재선거를 4당의반민주 연합체제에 대한 국민적 평가의 계기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무소속 서명파 의원, 전민련, 진보정치연합, 민변, 민교협, 민족문학작가회의, 종교계대표 등이 참여해 상당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참여자는▲정계 양순직 박찬종 조순형 이철 장기욱 홍사덕 제정구▲학계 김찬국 백낙청 김진균 임진창 이수인 교수▲법조계 홍성우 조준희 고영구 황인철 정성철 조영내 변호사▲재야 계훈제 백기완 이우재 김정남▲종교계 지학순 박형규 오충일 이정학 명진▲문인 김규동 고은 이호철 신경림 김지하▲여성계 김한림씨 등 33명이다.
이들이 내세울 후보로는 고영구· 홍성우변호사, 장을병 교수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고 변호사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선거대책위 발족과 동시에 여론조사, 추천인 서명 등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미 진보정치연합에서 독자적으로 가동중인 여론조사반을 제 단체 연합으로 확대개편하며 각 단체에서 파악한 연고자를 중심으로 추천인 서명운동에 나설 예정이다.
대책위는 특히 무소속후보자는 지역유권자 5백∼7백 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등록요건을 오히려 무소속 후보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이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 이철 의원 등이 추천인 확보과정에서 승기를 잡았던 전례에 따라 1만 명 이상을 추천 받아 선거에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선거경험이 풍부한 무소속 서명파 의원들도 직접적 지지활동에 나설 예정이며 나머지 각 단체나 개인도 지지성명 등을 통한 매스컴 플레이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준비모임의 각 참가세력이 이처럼 하나의 대책기구로 뭉쳐 총력선거전에 나서기로 한 것은 각 단체의 지향점의 차이에도 불구, 현 정치상황에 대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익환 목사에 이은 서경원 의원 입북사건, 임수경 양 평축참가 등으로 여론의 보수회귀성향과 함께 공안정국이 계속되고 있어 방치할 경우 진보적 성향을 가진 반 정부단체의 일대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기부가 지난 6월말 전대협· 전민련지부 지역-업종별 노조·NCC및 전교조지부 민예총· 민족문학 작가회의 등 1백26개 단체를 좌경 용공단체로 규정한 자료집을 배포한 것을 두고 이들은 매카시즘적 탄압의 서곡이라고 보고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민정당과 공화당이 보수대연합 추진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고 평민·민주당도 공안정국에 제동을 걸지 못한 채 타협의 기미를 보인다고 판단한 것도 위기의식의주요 원인이다.
재야권이 지난6월초 민변의 홍성우 변호사를 중심으로 무소속 서명파 의원, 민교협, 전민련, 진보정치연합, 민족문학작가회의 대표 등 25명이 모여 영등포 을구 재선거 참여문제를 논의한 이래 한 달여만에 통합선거대책위 및 후보자결정단계에 이르게된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작용, 논의를 급진전시켰기 때문이다.
준비모임은 그러나 공통된 위기의식과 민주 대 반민주라는 명분에도 불구, 지향점이 각각 달라 선거성과의 해석과 이후의 행동방향은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무소속 서명파 의원들의 경우 현재의 4당 구조하에선 무소속의 입지가 전혀 없고 보수대연합 움직임이 가시화 될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는 판단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3김의 권위에 의한 야당의 체제를 뒤흔들고 가능하다면 자신들의 주도로 통합신당을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계산이다.
변혁운동세력임을 표방하는 전민련 등에서도 이번 선거를 보수대 혁신의 구도로 몰고 가는것은 여론의 보수회귀 분위기로 보아 적절치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전민련의 관심은 그러나 이번 선거를 통해 합법적 정치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좌경세력으로 억압받고 있는 현재의 난국을 탈출해보겠다는 계산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못해도 상당한 득표를 얻을 경우 전민련의 90년 지자제참여가 적극화되고 궁극으론 정당으로 변신하거나 일부가 정당으로 결성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전민련의상당수를 점하는 정치세력화 추진 파의 속셈이기도 하다.
진보정치연합에서도 지난 선거 때 한겨레 당 참패 이후의 진보정당결성 가능성의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를 중요한 고비로 보고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독자적 세력이 약한 진보정치연합으로선 이번의 재선거 공동참여가 자신들이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재야 각 세력과의 결합기회를 높인다는 인식이다.
진보정치연합은 최근 운동권 각 단체의 정치세력화 및 자신들과 연대한 정당결성분위기조성을 위해 합법적 진보정당 결성문제에 관한 토론을 제안해 놓고 있다.
범 재야의 이 같은 입장차이와 그에 따른 홍보방향은 선거대책위원회의 각 단체 대표자회의에서 조정·결정될 예정이나 선거결과의 해석이나 이후의 활동방향은 어차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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