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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문 “드론 만들려면 금속틀도 필요…뿌리 없인 열매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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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단독 인터뷰

김기문 중기회장이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기문 중기회장이 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스타트업에 돈이 몰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벤처투자액은 745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인 정보통신(ICT), 생명공학(바이오ㆍ의료) 분야 투자는 3529억원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공유경제 관련 업종이 많은 유통ㆍ서비스 분야 투자도 152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4차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과 달리 전통 중소기업은 소외되고 있다. 같은 통계에서 제조업이 포함된 전기ㆍ기계ㆍ화학ㆍ소재 업종 투자는 같은 기간 631억원(8.5%)에 그쳤다.

정부 지원금 스타트업에만 쏠려 #전기·기계 등 전통 제조업 소외 #박영선 장관 현장얘기 잘 듣는 분 #최저임금 등 현안 계속 논의할 것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중앙일보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만나 전통 중기가 소외되는 현 상황에 관해 물었다. 김 회장은 “뿌리(전통 중기) 없인 열매(유니콘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도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88년 제이에스티나(옛 로만손)를 창업해 시계, 화장품 등을 생산 및 판매하는 중견 기업으로 키웠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23~24대 중기중앙회장을 지냈다. 퇴임 후 4년 만인 지난 2월 말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다시 회장에 당선돼 3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스타트업이 크는데 전통 중기가 왜 중요한가.  
“젊은이들이 창업을 많이 해야 국가가 활력 있게 돌아간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 확대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지점은 소위 4차산업혁명 관련 업종만 지원한다고 뚝딱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스타트업이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드론을 만든다고 해보자. 스타트업이 이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전통 제조업 분야 중기가 금형(금속으로 만든 거푸집)을 만들고, 거기에 주물(융해된 금속을 금형에 넣고 응고시켜 원하는 모양의 금속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 생산하지 않으면 안된다. 외국 기업에 맡기면 비용도 시간도 더 많이 든다. 우리가 전통 제조업을 뿌리 산업이라 부르고, 영원히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 지원은 스타트업에만 집중된다.
“지난달 25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중기중앙회 회장단과 150분 토론을 했다. 우리가 선정한 과제 60개 중 30개도 얘기 못했다. 그래서 석달에 한 번씩, 분기마다 장관을 만나는 토론회 자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를 통해 스타트업 만큼 전통 중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장관에게 계속 얘기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박 장관이 현장 얘기를 듣는데 굉장히 적극적인 열린 장관이라는 점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달 25일 열린 중소기업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장관 오른쪽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다.[사진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달 25일 열린 중소기업과의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장관 오른쪽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다.[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지난 간담회 당시 중기 대표들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고 제안했으나 박 장관이 단호하게 거절해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는 해석도 있다.
“그렇지 않다. 정부 입장에선 사용자와 근로자의 중간 입장에 서야 하니까 아무래도 말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저 임금에 대한 중소기업 현장 의견을 듣고 반영하도록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우린 받아들였다. 중기가 쳐한 현실에 대해 우리는 계속 얘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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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등 정부 주도 지원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제로페이 그 자체는 아주 좋은 정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이 사용을 안 한다는 점이다. 정책을 실행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서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했어야 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 
김기문 중기회장이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기문 중기회장이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중기중앙회장은 한 해 3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다. 대통령,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각종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이른바 ‘중통령’이라 불리는 이유다. 김 회장에게 이같은 호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무슨 권력이 있다고 중통령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그럼 대한상의회장은 ‘대(기업)통령’인가. 동의하지 않는다. ‘머슴’까진 좀 그렇고, 중소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일꾼’ 정도로 나는 생각한다. 남은 임기 4년, 일만 하다 갈 것이다.”

박민제ㆍ김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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