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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종합 대책 세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이제 각종 폭력과 범죄의 공포에서 국민을 해방시킬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의 범죄양상을 보면 사회의 어느 구석도 안심할 수 없을 정도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범죄와 폭력의 희생이 될지 모를 판이다. 이제 우범지역이 따로 없고 우범층이 따로 없으며 온 나라가 범죄의 검은 손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 됐다.
정부가 비상령을 내렸으며 특별단속·일제단속을 해온 세월이 얼마인가. 그럼에도 범죄의 공포는 줄어들기는커녕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조직화·흉포화·대담화하고 있다. 국민학교 어린이들까지 당하는 성 폭력, 지게꾼한테까지 자릿세를 뜯는 조직폭력배, 남녀를 가리지 않는 인신 매매, 거리와 골목에서 넘쳐나는 퇴폐와 음란과 마약, 그리고 하도 많아서 이젠 둔감해져버린 강도·절도사건…, 온 나라 온 사회가 범죄와 폭력의 검은 안개 속에 뒤덮여 있다.
정부 역시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특별 기구를 만든다, 특별단속을 한다는 식으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실적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역부족이란 인상만 주고 있을 뿐이다. 18일부터는 특수 기동대란 이름의 전담경찰력이 범죄 소탕에 나선다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여전히 미심쩍다.
정부는 이제 이 사회를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구출할 종합적이고 항구적인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치안유지란 일정한 강조 기간에만하다가 평소에는 시들해 버려도 좋을 일이 아니다.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상시적인 의무요, 책임이다.
그런데도 지금껏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여론이 들끊으면 집중 단속을 하고 그러다가 사회의 이목이 잠잠해지면 곧 다시 긴장을 풀어버린다는 인상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범죄 소탕과 예방을 하자면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믿으며, 여기에는 다음 몇 가지의 고려가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
첫째, 경찰력의 근본적인 재건이다. 권위주의 정권 아래서 정권 안보적 기능에 경찰이 끌려다니다 보니 소홀해진 경찰 본연의 능력을 재건해야 한다.
일제단속에 나서기만 하면 사전에 정보가 새고 경찰관의 사기와 사명감이 이렇듯 떨어진 까닭을 근본부터 치유해야 한다. 범죄 수사는 병력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사기와 사명감을 회복할 수 있는 처우와 근무조건의 개선, 우수 인력과 전문성의 확보강화등 할 일이 많다.
둘째, 정권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정부가 이리저리 흔들리는데서 경찰도 따라서 흔들리고 사회의 기강도 흔들리는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공 청산이다 하면 오로지 일이라곤 5공 청산 밖에 없는 것처럼 정부 전체가 그 하나에 휩쓸리고 서경원 밀입북 사건이 터지면 거기에만 매달린다. 이런 소나기 식 대처로는 이사회를 관리할 수 없다.
셋째, 범죄의 환경이 되는 사회적·정책적 관리와 정비다. 퇴폐·음란 풍조가 기습 작전으로만 막아질 수는 없다. 대중 문화 풍토의 관리와 정책의 정비가 있어야 하고 소비생활의 건전화를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범행돼야 한다.
이밖에도 물론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겠지만 정부가 지금까지처럼 단순 물리력의 대응이나 대중 요법적 처방만으로는 오늘의 이 심각한 범죄와 폭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게 중요하다. 민생치안을 확립할 근본대책이 나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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