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신임 주일대사가 7일 “우리 정부가 한ㆍ일 관계를 굉장히 중시하고 한ㆍ일 관계가 잘 돼야 한다는 데 전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부임을 앞두고 이날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다. 남 대사는 또 “외교부 외교 일선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으로 한ㆍ일 관계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 대사에게 지난 3일 신임장을 수여했다.
외교부에 1978년 입부한 남 대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으로 근무하다 주일대사로 부임하게 됐다. 92년 일본 도쿄 주한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으로 근무한 뒤 이번에 대사로 부임한다. 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실질적 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정책 기조를 누차 밝혔으나 현재 상태는 그런 부분이 아니라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며 “여러분들 기대에 부응해서 두 번째 (일본) 부임이 (양국관계 해결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남 대사의 부임에 대해선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가 매우 안 좋지만 남 대사께서 큰 역할을 해주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익명을 전제로 “청와대 근무 경험을 살려 양국 관계를 잘 담당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남 대사를 지명한 것에 대해 일본 외무성에선 “그래도 양국 관계에 (문 대통령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외무성 복수의 관계자들이 “현재 한국 정부는 양국관계엔 어차피 관심이 없지 않느냐”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남 대사 앞엔 험로가 놓여있다. 우선 지난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피해자들의 한국 내 일본 해당 기업의 자산 압류 현금화가 목전인 상황이다. 이런 조치가 실행될 경우 일본 정부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대응 조치를 공개적으로 벼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피해자 개인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의 해당 기업과 한국의 피해자들이 해결을 보는 것이 맞되, 관련 내용을 법리적으로 치밀하게 검토한다는 게 외교부의 기류로 파악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경제 보복 같은 것에 대해선 그런 상황을 가정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게 가능하지 않은, 어쨌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고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만 말했다. 이런 기류가 파악되는 과정에서 ‘강제 징용 피해자’라는 표현이 아닌 ‘징용공’이라는 일본식 표기가 사용된 점도 주목된다.
또 다른 쟁점인 위안부 합의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위안부 합의를 (지난 2015년) 정부 주도로 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들이 (있었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위안부 합의 관련 문제는 피해자들의 합의에 대한 입장이 합의하는 과정에서 제일 우선적으로 했어야 (한다)”며 “이 문제도 당장 빨리 해결하라고 하면 피해자들이 도외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간에 피해자들 간에 소송이라든지 결과와 관련된 부분에서 우선 검토가 돼야 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뾰족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선제적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정상의 일정에 대해선 확정적 발표가 날 때까지 시기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가셔서 정상회담을 하신다면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속 검토 중이고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