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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쏜 김정은, 다음 스텝은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일 강원 원산에서 미사일 훈련을 지켜본 뒤 금야강 발전소를 현지지도했다. 대외적인 무력시위와 경제 챙기기 행보를 하루만에 소화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개발한 이스칸데르 전술지대지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실험으로 '레드라인 줄타기'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의 다음 스텝은 뭘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①저강도 도발 이어가나=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일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사진이나 연설에는 나름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쏘지 말라고 했던 탄도미사일을 쐈는데 어쩔래’라는 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국방과학원을 방문했을 때 시험 발사한 무기(전술유도무기)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4일에는 미사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진을 4장(노동신문)씩이나 공개한 것은 미국 등을 향해 이번엔 단거리지만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할 수 있다는 위협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강화할 경우 북한이 추가 군사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직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당장 중장거리 미사일 카드를 꺼낼 경우 대북제재가 뒤따를 것”이라며 “북한도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해상 사격훈련 등 저강도 도발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4호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 2016년 2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광명성 4호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②인공위성 쏠까=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인공위성 발사도 북한이 만지작거리는 카드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평북 동창리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기지(북한은 서해 위성 발사장)를 정비했다. 중국 등지에서 인공위성 기술을 들여다 위성 제작도 마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인공위성 발사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인공위성을 싣는 다단계로켓 앞부분에 탄두를 결합하면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경계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6일 ‘날로 활발해지는 평화적 우주개발’이라는 기사에서 중국과 국제사회의 인공위성 발사 소식을 종합해 보도했다. 지난 3일엔 조선중앙통신이 유사한 보도를 했다. 이런 북한의 행동이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명분 쌓기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북한은 2017년 10월 유엔(72차 회의)에서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을 공개하는 등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 주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인공위성 발사는 언제든지 꺼내낼 수 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③물밑접촉 가능성도 =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방점을 둔 미국의 입장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라고 시한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거나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 건, 연말까지 판을 바꾸기 위한 사전 행동일 수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현재 중국, 러시아와 협력체제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 당장 한국, 미국과 공개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내년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경제적인 성과가 급한 북한이 물밑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남조선 당국이 사대적 근성과 외세의존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대신 계속 부질없는 '중재자' 역할에 매달리려 한다면 자기들의 처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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