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시장 개방 "성큼" |해외전환사채 주식전환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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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의도 증시에 상장된 우리 기업의 주식을 영국 런던의 「제임슨 씨가 버젓이 자기 명의로 가지고 있다.
언뜻 상상하기 힘든 그 같은 일이 당장 8월초면 우리 증권시장의 현실이 된다.
몇 년 뒤의 이야기로만 막연히 입에 오르내리며 고작해야 증시의 단골 호재로 이용되곤 하던 자본시장개방이 이제 드디어 「단군이래 최초의 외국인 주식취득」형태로 성큼 우리 곁에 다가선 것이다.
이를테면 여의도 증시에 외국인이 나타나는 것이며, 자본시장이라는 우리 경제의 안방에 외국인이 처음으로 하나 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최초로 가질 수 있게된 한국 기업의 주식은 삼성전자의 주식이다.
그러나 아무나 삼성전자의 주식을 살수 있는 것은 아니며 외국인으로서 삼성전자의 주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은 극히 제한되어있다.
그 「자격증」 이 바로 삼성 전자가 지난 85년 12월19일 룩셈부르크 증권시장에 내다 판 전환사채(CB)다.
그때 사서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중간에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사들였던, 현재 삼성전자CB의 임자인 외국인은 8월1일 이후면 아무 때나 삼성전자에 대고 『내 CB를 당신 네 회사 주식으로 바꿔주시오』할 수가 있고, 삼성전자는 이에 응해야만 한다.
삼성 전자는 CB 발행당시 연리 5%라는, 국내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싼값에 2천만달러를 조달해서 이를 유용하게 썼고 그간 약3년8개월 동안 연리 5%의 이자에 만족하며 삼성전자의 CB를 갖고있던 외국인은 이제 그 대가로 삼성전자의 주주가 될 권리를 얻게된 것이다.
그간 외국인들은 아무리 한국이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이라 하더라도 우리 증시에 직접 얼굴을 내밀 수는 없었다.
이른바 간접투자만이 허용되고 있는 것인데 코리아펀드· 코리아 유러펀드· 외국인전용수익증권· 전환사채 등이 바로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외국인들이 간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투자수단이었고, 지금까지 그 같은 투자수단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총4억4천5백만 달러에 이른다.
이중 전환사채가 발행당시의 약속에 의해 이번에 주식으로 바뀌는 것이고, 이에 따라 8월초면 여의도증시역사상 최초로 외국인이 직접 얼굴을 내밀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이 최근 주간사회사인 워버그 사를 통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채권임자의 약 20%정도가 주식전환을 희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들이 들어온다고 당장 우리 증시가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이들은 삼성 전자의 주식을 팔고 돈을 챙겨 다시나가거나 계속 주식을 갖고 있을 수는 있어도, 다른 주식을 살수는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갖게되는 주식은 삼성 전자 주식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CB를 발행했었던 대우중공업·유공·금성사 등도 주식전환을 위한 절차를 추진 중에 있어, 이중 유공은 빠르면 8월중에 늦어도 올해 안에 주식전환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자본시장개방일정에 따라 선진국제금융 기법에 익숙한 외국자본이 우리주위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고, 그만큼 우리 증시의 건전한 육성과 함께 국제감각을 익히는 일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엉뚱한 루머에나 귀를 기울이며 주식시세 판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김수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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