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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트럼프, 참모들이 말렸다···"김정은 약속 안 깰 것" 자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맞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스 "트럼프, 참모로부터 첫 보고 받았을 때는 화내" #13시간 지나자 "김정은, 내게 한 약속 깨지 않으려 한다" #맥매스터, "북한 핵보유의 목적은 무력 남북통일"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쏜지 13시간여 만인 4일 오전(현지시간) 9시42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 아주 흥미로운 세상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잠재력을 충분히 잘 알고 있고, 이를 방해하거나 중단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내게 한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합의는 이뤄질 것(Deal will happen!)"이라고 적었다.

일단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직설적 비난이 아닌 평소와 비슷한 '회유 모드'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만 북한의 발사체 직후에는 상황이 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밤(미 현지시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는 보고를 고위 참모진으로부터 받은 후 김정은이 자신을 속인 것과 같아 화가 났으며 문재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까지 트윗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건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복스는 4일 오전 트럼프의 트윗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보고를 받은) 전날 밤처럼 화를 내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처음 북한의 발사체 발사 소식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접한 시점에는 다소 격앙된 분위기였지만, 미사일이라 단정할 수 없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트럼프의 화가 누그러진 것으로 추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발사체 발사는) 북한이 무력시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고 미국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신문은 "북한의 무력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이룬 외교적 업적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밀 분석 결과를 두고봐야겠지만 설령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 아니더라도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복스는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가 북한의 무력시위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 4월까지 백악관의 외교안보 사령탑이었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목적은) 한미동맹을 파괴해 무력으로 남북통일을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억지력 차원에서 핵을 보유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선 "잘못된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선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면서, 지난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백악관을 찾아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을 당시 "'최대 압박' 전략이 효과를 거두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우려를 표명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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