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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사법에 멍드는 대학 수수방관할 것인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34호 30면

교육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417개 대학의 올해 1학기 강의 수가 지난해 1학기에 비해 6655개 감소했다. 8월부터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됨에 따라 대학들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다음 학기에는 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마다 소규모 강의를 없애고, 과목을 통합하기에 바쁘다. 강사 관련 단체에서는 전국 시간강사(약 7만6000명) 중 30∼40%가 올가을에는 강단에 서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대학가에서는 ‘강사 학살’이라는 용어가 떠돈다.

강사법은 시간강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2011년에 만들어졌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방학 중에도 보수를 지급하고, 4대 보험과 퇴직금도 보장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그 부담을 누가 지느냐다. 대학은 등록금 동결로 여력이 없다고 하고, 정부는 대학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네 차례 시행이 유예됐는데,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말 시행 강행을 결정했다. 정부가 지원금 288억원을 내놓았지만 대학 부담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결국 대학은 과목을 없애 강사 채용을 줄이거나 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맡기는 길로 들어섰다. 그 결과 강사는 강의 기회를, 학생은 과목 선택의 자유를 잃기 시작했다. 대학의 학문적 다양성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교육 발전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강사법이 만든 부작용을 보면 비정규직 2년 이상 고용 금지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떠오른다. 뜻은 좋으나 현실에 맞지 않아 수혜 대상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탁상공론의 결과물이다. 대학이 더 멍들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정부·대학·정당·강사단체가 모여 해법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대책 마련 때까지 강사법 시행을 다시 한번 유예하는 것도 절대로 못 할 일은 아니다. 그제 문재인 대통령과 사회 원로들의 만남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고 한다. 대학 교육의 국가적 위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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