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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에 맞고 계부는 성학대…짧고도 기구했던 여중생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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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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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에게 신체적·성적으로 학대받았다는 피해를 호소하다 보복성 살인까지 당한 12살 여중생은 친아버지에게도 한때 구박덩이 취급받으며 짧은 생을 살다가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3시쯤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발목에 벽돌 담긴 마대 자루가 묶인 여중생 A양의 시신이 떠올랐다. 양 발목에 묶인 벽돌 마대 자루 가운데 하나가 풀리면서 수심이 얕았던 저수지 수면 위로 처참한 주검이 드러났다.

소지품으로 신원을 확인한 경찰이 양육권자인 광주의 친모에게 연락하면서 함께 살던 의붓아버지가 집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비슷한 시각 목포에서는 A양을 돌보던 친부가 수학여행을 이틀 앞둔 토요일 오후 집을 나가 밤새 돌아오지 않은 딸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의붓아버지는 자신을 성범죄자로 몬 A양에게 앙갚음하고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양을 낳은 아내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끔찍한 사건 전말이 밝혀졌다. 친어머니는 승용차 뒷좌석에서 재혼한 남편이 딸을 살해하는 동안 생후 13개월 된 젖먹이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부부는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싣고 광주 집으로 돌아왔다. A양의 죽음이 세상에 영영 드러나지 않도록 마대 자루 2개에 벽돌을 가득 담아서 챙긴 의붓아버지는 고향인 경북 문경까지 밤새 시신을 버릴 만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승용차를 감식하던 중 운전석 앞에서 가족 사진 여러 장을 발견했다. A양만 빠진 채 단란한 모습이었다.

부모가 이혼한 뒤로 A양은 다른 형제와 함께 친아버지 집에서 지냈다. 수시로 매를 드는 친아버지로부터 구해달라며 아동보호 전문기관을 찾았고 결국 의붓아버지와 살게 됐다.

2016년부터 광주 의붓아버지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A양은 잦은 구타를 당하며 추운 겨울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붓아버지가 A양을 산으로 끌고 가서 목 졸라 죽이려고 한 적도 있었다는 조부모 주장도 제기됐다.

친어머니와 의붓아버지 부부가 '도저히 못 키우겠다'며 아동보호소로 보낸 지난해 A양은 목포 친아버지 집으로 돌아왔다. 의붓아버지로부터 성적으로 몹쓸 짓을 당했다고 호소한 A양은 제대로 보살핌을 받아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자신을 성범죄자로 지목한 의붓딸 A양에게 복수하고자 살인을 저질렀다는 의붓아버지를 구속했다. 남편의 살인에 조력자 역할을 하고 시신유기에 방조한 친어머니도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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