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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문턱높이 싸고 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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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패티 김과 이미자씨의 공연 스케줄이 정해지자 순수예술가들로 구성된 세종문화회관운영 자문위원들이 『순수예술 공연 무대를 상업성이 강한 대중가요가수들의 공연장으로 내어줄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총 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지난 78년 개관이래 순수예술공연만 해온 세종문화회관은 대중가요 가수들에게는「오르지 못할 무대」로 인식되어 왔다.
이 무대에 도전하는 대중가수는 올해로 가수생활30년을 기록하는 이미자·패티 김씨· 패티 김은 오는9월17일과 18일 서울올림픽 1주년기념 경축행사의 일환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하기로 결정됐다. 이미자씨도 오는 10월중 같은 무대에서 가요생활 30년을 총 결산하는 3일에 걸친 5회 공연을 갖기로 내정됐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이 문제를 놓고 지난6월 운영자문위원회를 소집했었다· 이 자리에서 음악·국악·가무·서예 ·동양화 등 각분야를 대표하는 자문위원들은『그렇지 않아도 순수공연예술이 대중문화에 밀려 위축되고 있는 터에 세종문화회관 무대까지 대중가수들에게 내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들 대중가수의 공연을 서울시 고위관리 등이 적극 지지하고 있어 세종문화회관 측이 간단히 거절할 수 없는 처지임이 전해졌다.
운영자문위원들은 『순수예술의 진흥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을 고수해 온 것인데 단지 유력자의 뜻을 거절할 수 없다는 매우 비민주적 발상 때문에 대중가요 공연장으로 허용한다면 운영자문위원직 총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자세를 보였다.
세종문화회관 신축 때부터 계속 자문을 맡아온 평론가 박용구 씨는 『세계적 스타로 각광받는「마이클·잭슨」도 미국의 링컨센터나 카네기 홀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적은 없다』 면서 『상업적 공연 성격에 맞는 무대가 따로 있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세종문화회관 이 어떤 이유로든 일단 대중가수들의 개인 공연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다른 연예인들의 공연 역시 막을 명분이 없어지므로 그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중가요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국·공립 공연장들이「보통 시민들」의 대중적 사랑을 받는 가요무대를 외면하고 제한된 청중 및 관객들을 위한 소위 「순수공연예술」만 허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이다.·
1년 전부터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적극 추진해온「엘레지의 여왕」이미자씨는『내 노래가 세종문화회관의 품위를 손상시킬 만큼 천박하고 자격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니 정말 비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이씨는 요란한 쇼 무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조용한 콘서트형태로 지난 30년 동안 널리 사랑 받아온 한국전통가요를 두루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또 『외국과는 달리 제대로 된 대중가요 공연장이 전혀 없는 터에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이 모두 순수공연예술만 수용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강조. 따라서 『마침내 이뤄질 올 가을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계기로 앞으로는 대중가요계의 후배들도 어엿한 공연장에서 리사이틀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세종문화회관무대에 섰던 대중가수는 패티 김·이광조·윤복희·윤시내·조영남 씨 등으로 서울 시향의 팝스콘서트와 영상음악회 및 소년의 서울올림픽 기법 국제가요제에 출연한 경우였고 개인적인 발표무대는 가지지 못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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