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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고수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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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부자 고객들은 금리나 세금에 크게 민감해 하지 않습니다. 그것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발 빠르게 투자하면서 재산을 불려갑니다."

하나은행 김성엽(사진) 분당백궁지점장은 부자 고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다. 본사 재테크 팀장을 3년간 역임했고 선릉역.대치역 등 주로 부자 고객이 몰리는 지점에서 일해 왔다. 현재 일하는 지점도 인근에 미켈란쉐르빌.파크뷰 등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는 분당의 신흥 부촌이다. 그는 무엇보다 부자들의 돈 흐름을 잘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9년 초 대치동 지점에 근무할 당시 갑자기 예금 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일반 예금도 줄줄이 빠져나가더군요. 이유를 알아봤더니 당시 우량한 기업들의 공모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개월 후 송파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그쪽은 그제야 공모주 청약 바람이 불더라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거시적인 경기 흐름보다는 부자들의 동향이 중요하다. 그의 경험담에 따르면 2004년 말까지 용인 수지와 죽전은 전세도 안 나갈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2005년 1월 대출 상담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월부터는 집값이 일주일에 5000만원씩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가격도 주식처럼 점점 짧은 사이클로 움직이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부동산이 다소 하락하면 부유층 주부 사이에서 이제는 사볼까 하는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급매물이 해소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당분간 금리 상승과 세제 강화로 부동산 값이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내년 무렵 다시 한번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일하는 지점과 인접한 주상복합아파트는 거주자의 상당수가 의사 등 전문직 자영업자들이어서 부인이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들은 수입이 많은 만큼 과감하게 대출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경향이 높다.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에 '올인'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삼가야 하는 게 올인 투자입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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