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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닥공, 서울의 독공…K리그 “봄날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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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닥공’으로 무장한 전북 선수들이 28일 ‘독공’으로 맞선 서울에 2-1로 승리를 거둔 뒤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닥공’으로 무장한 전북 선수들이 28일 ‘독공’으로 맞선 서울에 2-1로 승리를 거둔 뒤 팬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에 봄이 왔다. 친구나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방문하는 축구 팬의 수가 부쩍 늘었다.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K리그를 실시간으로 즐기는 팬도 증가하면서 그라운드 안팎에 활기가 돈다.

올 시즌 프로축구 관중 60% 증가 #공격 축구로 평균 관중 1만 명 육박 #인터넷 중계 시청자도 1.6배로 늘어 #성적 나쁜 인천·포항 감독 조기하차

올 시즌 9라운드를 마친 현재 K리그 1(1부 리그) 경기장 평균 관중은 853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중 수(5364명)와 비교하면 59.1%가 늘었다. 관중 숫자도 늘어났지만, 증가 추세가 꾸준히 유지된다는 게 희망적이다.

2018시즌엔 개막 라운드에 전국 6개 구장에 5만4854명이 몰렸다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관중이 큰 폭으로 줄었다. 9라운드엔 1만1790명, 경기당 1965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졌다. 1라운드에 7만9355명의 축구 팬들이 몰렸고, 9라운드에도 4만7233명이 관중석을 찾았다.

이종권 프로축구연맹 미디어 담당관은 “올 시즌부터 티켓을 사서 입장한 팬만 ‘공식 관중 수’에 포함한다”면서 “유·무료 관중의 총합을 비공식 자료로 집계하는데 경기당 1만 명에 가깝다. 실제 경기장 분위기는 더 뜨겁다”고 말했다.

10~30대가 주로 시청하는 인터넷 중계 관련 지표도 대폭 좋아졌다. 네이버 기준으로 9라운드까지 K리그 경기 실시간 접속자는 경기당 평균 2만1052명이었다. 지난해(1만3895명) 대비 60.6%가 늘었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엇비슷한 K리그 흥행 기조를 보이는 것에 대해 프로축구 관계자들은 “올 시즌 K리그에 부는 ‘공격축구 바람’이 팬심에 불을 지른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최용수 감독. [연합뉴스]

최용수 감독. [연합뉴스]

‘독공(독수리식 공격축구)’이 대표적이다. 최용수(46) FC 서울 감독의 별명 ‘독수리’와 ‘공격 축구’를 합성한 표현이다. 올 시즌 서울은 최 감독 특유의 ‘독공 축구’로 리그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지난해 강등 위기까지 내몰렸던 서울은 올 시즌 현재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전북·울산 등과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절대 1강’ 전북 현대와의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독공’이 빛났다. 전반 33분 미드필더 알리바예프(우즈베키스탄)가 퇴장을 당해 한 명이 모자란 상황에서도 후반 막판까지 적극적으로 역습하면서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44분 페시치(세르비아)의 극적인 득점포가 터지며 기어이 1-1 동점을 만들어냈다.

후반 52분에 전북 미드필더 한승규에게 골을 내주고 1-2로 졌지만, 최용수 감독은 많은 축구 팬의 박수를 받았다. 관련 기사에는 “전북 팬이지만 최용수 축구에 푹 빠졌다” “프리미어리그 경기 같았다”는 댓글이 달렸다.

비가 오는 날에도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대구 FC의 관중석. 양광삼 기자

비가 오는 날에도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대구 FC의 관중석. 양광삼 기자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도 늘고 있다. 전북은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를 유지 중이다. ‘흥행 대박’ 행진 중인 대구 FC도, ‘시민구단 반란’의 선봉에 선 경남 FC도 ‘폭풍 역습’으로 무장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올해는 K리그 구단 전체적으로 전력 보강이 잘 됐다. 상향 평준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공격 비중을 높여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공격적인 전술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은 8라운드를 마친 직후 김기동 감독을 선임해 9라운드 승리를 가져갔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포항은 8라운드를 마친 직후 김기동 감독을 선임해 9라운드 승리를 가져갔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K리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단은 성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7라운드를 마친 직후 최하위였던 인천 유나이티드는 욘 안데르센(노르웨이) 감독을 경질했다. 8라운드가 끝난 뒤엔 10위로 내려앉은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이 짐을 쌌다. 두 팀은 각각 구단 레전드 출신 임중용(인천) 감독대행과 김기동(포항) 감독을 새 지도자로 선임했다.

지난해 황선홍 서울 감독이 10경기, 이기형 인천 감독이 12경기 만에 물러났지만, 두 감독 모두 자진 사퇴였다. 구단의 감독 교체 결정이 빨라진 건 ‘절대 강자’도 ‘동네북’도 보이지 않는 올 시즌 흐름상 초반 부진이 이어지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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