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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왕좌의 게임’은 ‘왕좌의 드라마’…트럼프 이어 시진핑도 애청

중앙일보

입력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대너리스(왼쪽)과 존 스노(오른쪽). [사진=HBO]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의 주인공 대너리스(왼쪽)과 존 스노(오른쪽). [사진=HBO]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미국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하 왕좌)’의 팬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왕좌’는 미들 킹덤(Middle Kingdom)의 7 왕국이 무수한 칼로 주조한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 세계적인 인기드라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드라마 마지막 시즌 8 방영에 맞춰 패러디 사진을 트위터에 즐겨 올릴 정도다. 영어 ‘미들 킹덤’으로 표기되는 이 시리즈물을 중국의 최고 지도자도 애청함으로써 주요 2개국(G2) 정상 모두 즐겨보는 ‘왕좌의 드라마’로 부상했다.
“눈이 내리고 흰 바람이 불면, 외로운 늑대는 죽지만 무리는 살아남는다.” 시진핑 주석이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외국 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왕좌’의 대사를 인용했다고 익명의 관리가 SCMP에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혼돈의 전란에 빠진 7 왕국으로변하게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 12일 동유럽 크로아티아를 방문해 ‘왕좌’를 인용했다. 드라마 속 철 왕좌가 위치한 도시 킹스랜딩의 모델인 크로아티아 항구도시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린 중·동유럽(CEEC) ‘16+1’ 정상회의에서다. 이 총리는 “우리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협력 공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나라한 노출과 잔인한 살해 장면이 많은 ‘왕좌’는 검열로 악명 높은 중국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장면 모두 삭제된 채 방영허가를 받았다. 중국판 인터넷 기업 텐센트 텅쉰스핀(騰訊視頻)과 위성방송 HBO가 미국과 실시간으로 독점 유료 방영 중이다. 텅쉰의 ‘왕좌’는 시즌 7까지 70편이 총 10억9000만 뷰, 지난 15일 방영된 마지막 시즌 8편만 이미 1억500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격무에 바쁜 시 주석이 ‘왕좌’ 전편을 보진 않았다고 SCMP는 보도했다. ‘다이아몬드 버전’으로 불리는 무삭제 압축 편집본을 봤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이 즐기는 미드가 왕좌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1월 반(反)부패를 다룬 중앙기율검사위 전체회의에서 시 주석은 “반부패 활동이 권력쟁취를 위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대권을 위해 벌이는 추악한 권력다툼을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즐겨 봤다는 의미다.

‘제재가 온다’며 미드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진.

‘제재가 온다’며 미드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진.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도 드라마 발언이 잦다. 2013년 연말 당시 당내 반부패를 책임지는 중앙기율위 서기였던 왕 부주석은 간부회의에서 미국 의회의 막후 정치를 주도하는 원내총무(whip)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청을 권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또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팬이기도 하다. 영화 ‘대부’,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이 그가 선호하는 작품이다. 2012년 2월 국가 부주석 시절 미국을 방문했던 시 주석은 미국 학생의 취미를 묻는 말에 “영화 감상”이라고 대답했다. 당시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묻는 학생 질문에 시 주석은 영어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이라고 대답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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