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대외 불확실성 지속돼 투자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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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안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영 행안부 장관, 홍 부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뉴시스]

25일 새벽,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통보받은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0.3%)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긴급 관계장관회의도 소집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24일) 오후 늦게서야 이를 알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 등을 통해 경제지표가 나빠진 건 인식하고 있었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는 홍 부총리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추경 집행, 부양책 대거 마련할 것”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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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원인을 세계 경제 하강 등 대외 환경 탓으로 돌렸다. 홍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통상갈등 지속, 브렉시트(Brexit),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내수 부진, 노동·규제·세제 등 국내 요인은 거론되지 않았다. 회의에선 마이너스 성장이란 성적표를 받아들기 이전에 ‘투자 분위기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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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런 인식은 기업들이 투자 부진 원인을 경직된 노동과 규제 환경 등 국내 요인에서 찾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매출액 순위가 높은 국내 기업 176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규제 완화(30.2%)와 노동 유연성 확대, 임금 안정화(26.1%) 등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등 그간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도 기업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중요한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앞으로 경제정책 방향의 미시 조정이 예상된다. 확장적 재정 정책은 물론 각종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낸다. 홍 부총리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이외에 경기 부양책을 대거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산업과 신산업, 서비스업 등에서의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샌드박스 사례를 올해 안에 100건 이상 확대하고 기업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경제활력 과제를 발굴해 6월 중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이 발표됐지만 지금의 경기하강 속도가 빨라 상황에 대처하기엔 크게 부족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 정책에 이어 통화 정책도 완화해야 할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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