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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감금에 채이배 30cm 창틈 회견···패스트트랙 난장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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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넘게 감금된 상태다.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겠다.”

25일 오후 1시 30분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30㎝ 남짓한 창틈으로 고개를 내민 채 말했다. 채 의원은 사임된 오신환 의원의 후임 사법개혁특별위원으로 ‘보임’됐다. 이날 국회 사개특위에 참석해 바른미래당의 결정에 따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찬성표를 던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이 오전 9시쯤부터 의원실을 점거한 채 사실상 감금하자 그는 방안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4시간 넘게 사무실 안에 갇히자 채 의원은 오후 1시쯤 경찰서(112)와 소방서(119)에 직접 신고했다. 감금돼 있으니 나가게 해달라는 SOS였다. 오후 1시 40분쯤 경찰관 4명과 소방관 2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소파로 문을 막은 한국당 의원 탓에 ‘탈출’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했다.

오후 2시쯤 채 의원이 당 관계자를 통해 ‘창틈 인터뷰’를 자청했다. 채이배 의원실은 국회 의원회관 6층이다. 그럼에도 창틈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건 의원실 바로 옆에 야외 테라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이배 의원과 창틈 인터뷰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6층 테라스. 취재진들이 몰린 곳 바로 앞이 채이배 의원실이다. 한영익 기자

채이배 의원과 창틈 인터뷰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6층 테라스. 취재진들이 몰린 곳 바로 앞이 채이배 의원실이다. 한영익 기자

채 의원은 “소파로 문을 막아서 안에서 열 수가 없다. 바깥 출입문도 잠가 둬 밖에서도 열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의가 소집될 텐데 감금상태다”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실은 의원 개인이 쓰는 '내실'과 보좌진들이 쓰는 '사무실'로 나뉘어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사무실 외부 출입문은 잠근 채 '내실' 출입문을 소파로 막아둬 꼼짝할 수 없다는 게 채 의원의 설명이었다. 의원실을 점거한 한국당 의원은 민경욱·김정재·박성중·이만희·송언석·정갑윤·이양수·여상규·이완영·이은재 의원 등 10명 안팎이었다.

채 의원은 “법안 논의에 전혀 참여를 못 하고 있다. 같이 참석을 해서 법안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데 이렇게 감금돼서는 회의 소집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소방이 물리력으로 여기를 해결해줘야 한다.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 거 같다.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하려고 경찰과 소방에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국회에서 이런 무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국회 문화가 나아지고 있는데, 오늘 (상황은) 굉장히 우려스럽다. 지금이라도 감금을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 3시 20분쯤 점거를 풀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채 의원이 사무실을 빠져나온 건 그가 갇힌 지 약 6시간 만이었다.

한영익·이우림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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