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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동의없는 상임위 교체···한국당 "위법"이라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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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임’이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안(패스트트랙) 캐스팅보트를 쥔 국회 사법개혁제도특별위원회 소속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24일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오 의원이 25일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질 경우, 공수처 설치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은 무산된다. 이를 막기 위해 손학규 대표가 꺼낸 카드가 바로 사·보임이다. 사·보임은 국회 상임위에서 특정 의원을 빼거나 다른 의원으로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오 의원을 패스트트랙에 찬성하는 의원으로 바꿔 공수처 설치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사·보임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의 요청에 따라 국회의장이 시행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오 의원이 “사·보임에 응할 의사가 없다”고 명백히 밝힌 상태에서, 의장이 사·보임을 강행하는 건 현행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국회법 제48조다. 동조 4항에 따르면 “특별위 위원은 의장이 상임위원 중에서 선임한다”며 의장 고유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6항에서 “위원을 개선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사·보임)될 수 없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국회는 임시회 중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보임이 불가능하며, 오 의원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지도 않다는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등 의원들이 24일 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찾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 등 의원들이 24일 국회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찾아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국회에서 이런 원칙이 생겨난 건 2003년 헌법재판소 결정(2002헌라1)이 국회의 ‘강제 사·보임 오남용’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당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이 당 지도부에 의해 강제 사·보임을 당하자 권한쟁의 심판을 냈는데, 헌재가 이를 기각했다. 이후 국회에선 “국회의원 개인의 활동이 당 지도부 의사에 의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이와 관련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해설서』엔 “제16대( 2000년 5월~2004년 5월) 국회 국회법 개정 전에는 상임위원의 개선에 대한 제한이 없어 수시로 위원 개선이 이루어지는 등 상임위의 본래 취지인 각종 의안심사의 효율성 및 전문성 제고와 부합되지 않게 운영되어 왔다. 이에 국회법개정(2003.2.4)시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조항을 개정했다”고 적혀있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해설서 』 에 나와 있는 국회법 제48조개정 이유.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해설서 』 에 나와 있는 국회법 제48조개정 이유.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관행상 오 의원의 사·보임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범여권은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는 국회법 제48조 1항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상임위원의 사·보임은 국회의장과 원내대표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나 의견 청취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도 2월 임시국회에서 사개특위 위원 중 함진규 위원을 사·보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함진규 의원은 당의 입장과 개인 입장이 같았기 때문에 사·보임이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사·보임 요청을 국회의장이 거절한 전례가 있다. 공교롭게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전임인 정세균 전 의장이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5월 19일 제가 한국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 사·보임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정세균 당시 의장이 현명한 판단에 따라 사·보임 요청을 거절했고,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의회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문희상 의장도 현명한 선례를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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