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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눈물의 회견은 패착···경찰 이미 마약 증거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유천씨가 지난 17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최정동 기자

박유천씨가 지난 17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최정동 기자

지난 23일 수원지방검찰청은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했다. 같은 날 박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 정밀감정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 것이 알려져 그동안 박씨 측이 진행한 기자회견과 주장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지난 18일 박씨에 대한 2차 조사를 끝낸 뒤 이미 국과수로부터 마약 양성 반응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3차 조사를 하기 전이다. 박씨의 마약 혐의를 두고 전 연인 황하나(31)씨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경찰이 검토 중이었던 대질 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 역시 이와 연관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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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난주 양성 반응 통보받아 

박씨는 올해 2~3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씨와 함께 필로폰을 구매해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다른 마약 투약 건으로 검찰에 넘겨진 황씨가 지난 6일 영장실질심사 때 “박유천이 마약을 권유했다”고 하면서 박씨의 혐의가 드러났다.

당시만 해도 황씨에게 마약을 권했다는 사람은 ‘연예인 A씨’로 불렸다. 그럼에도 박씨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자신이 황씨 마약 혐의와 연관된 연예인이라는 것을 알렸다. 경찰은 지난 16일 박씨의 경기도 하남시 자택, 차량 등을 압수수색 할 때까지도 연예인 A씨가 박씨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박씨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받더라도 제가 말씀드려야겠다 생각했다”며 “제 혐의가 인정된다면 이건 연예인 박유천으로서 활동을 중단하고 은퇴하는 것을 넘어 제 인생 모든 게 부정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면서 수차례 마약 의혹을 부인했다.

17일 오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유천씨. [연합뉴스]

17일 오후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박유천씨. [연합뉴스]

3차례 조사에서 모두 혐의 부정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재 이 기자회견이 패착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로써는 경찰 소환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제 조치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씨가 기자회견을 열기 전 경찰은 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박씨가 기자회견에서 수사기관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16일 박씨의 거주지와 신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경찰은 그전 이미 박씨가 마약 공급책 것으로 보이는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TV(CCTV) 등 마약 투약과 개연성 높은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지난 17·18·22일 3차례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염색과 제모로 17일 불거진 증거 인멸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16일 경찰이 압수수색 할 때 박씨는 체모 일부를 제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 측 법률 대리인 권창범 변호사(법무법인 인)는 이에 관해 “박유천씨는 주기적으로 제모를 해왔으며 경찰은 전혀 제모하지 않은 다리에서 충분한 양의 다리털을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씨가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뉴스1]

황씨 공범으로 추가 송치 계획 

16일 소변으로 하는 간이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간이검사는 일주일 정도 안에 한 마약 성분만 확인할 수 있다. 상습적으로 투약했다 해도 10일 정도다. 이와 다르게 체모 정밀감정에서는 투약 1년까지 반응이 나타난다. 한 마약 수사관은 “왁싱(왁스를 이용해 제모하는 방법)이나 염색을 하면 약품 성분과 마약 성분이 섞여 판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경찰이 박씨의 모발과 다른 체모, 소변 등을 국과수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한 결과 다리털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황씨 역시 같은 혐의의 공범으로 검찰에 추가 송치할 계획이다.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박씨 측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6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원=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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