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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숙명여고 쌍둥이만 맞힌 어색한 답 있다…검경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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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은 일본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まねきねこ)'. [사진 픽사베이·연합뉴스]

사진 왼쪽은 일본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まねきねこ)'. [사진 픽사베이·연합뉴스]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들이 시험문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새로운 정황들이 24일 나왔다.

김정훈 CBS노컷뉴스 기자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취재 과정에서 쌍둥이 딸들이 부인하기 어려운 새로운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① Q. “주로 ( )와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다”  

김 기자에 따르면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지난해 1학기 일본어 기말고사 시험에서 나왔다. 해당 문제는 ‘마네키네코(まねきねこ)’라는 일본 고양이 인형와 관련된 것으로, “이 인형을 주로 ( )와 같은 장소에서 볼 수 있다”며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한글로 적으라”는 것이었다.

김 기자는 “괄호 뒤에 ‘~와’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에 ‘가게’ 등과 같은 단어가 어울린다”며 “실제로도 대부분 학생은 ‘가게’라고 적었다. 그런데 쌍둥이 두 딸만 유독 ‘상점 앞’이라는 답을 적었다”고 전했다. 접속조사인 ‘와’와 ‘과’는 받침이 없을 때와 있을 때 각각 사용된다. ‘상점 앞’ 뒤에 접속조사 ‘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김 기자는 “놀라운 점은 미리 출제자가 제출한 정답지엔 이 문제 정답이 ‘상점 앞’으로 돼 있었다”며 “(전교생 중) 오로지 쌍둥이 딸만 어색한 답을 그대로 적어냈다”고 말했다.

② A. “잘못이나 실수”

증거는 또 있다고 한다. 김 기자에 따르면 쌍둥이 딸들은 같은 일본어 시험에서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의 뜻 네 가지 용례를 나열하라”는 문제의 정답과 순서를 똑같이 나열했다. 아울러 다른 학생들이 ‘잘못’이나 ‘실수’라는 답을 적을 때 이들은 ‘잘못이나 실수’라고 적었다는 게 김 기자 주장이다. 이는 교사가 미리 제출한 정답과 일치한다고 김 기자는 전했다.

③ A. “~때문이다”

쌍둥이 중 한명만 선택과목으로 택한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 생명과학1 시험에서도 교사가 미리 제출한 정답과 쌍둥이 딸 중 한명이 답을 똑같이 쓴 사례가 발견됐다고 김 기자는 전했다.

김 기자에 따르면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난다”는 말이 정답인데, 쌍둥이 딸은 “상동염색체 접합이 감수 1분열 전기에 일어나기 때문이다”라고 답을 적었다. 김 기자는 “해당 문제는 원인이나 이유를 묻는 게 아니라 ‘때문이다’라고 답을 적을 수 없다. 그런데 쌍둥이 딸이 그렇게 적었다”며 “아니나다를까 문제와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쌍둥이 딸은 출제자가 실수한 그 답을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적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지난 23일 아버지 재판 증인으로 나선 쌍둥이 딸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과 관련 “전날 재판에선 이런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며 “수사를 했던 경찰·검찰이 앞서 말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1심 선고가 머지않았는데 이제라도 보다 철저한 진실 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23일 오후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씨의 업무방해 혐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현씨의 쌍둥이 딸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올랐을 뿐 시험문제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현씨는 2017년 치러진 두 딸의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친 교내 정기고사와 관련해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알아낸 답안을 딸들에게 알려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씨와 두 딸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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