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정은, 하노이 깨지자 트럼프의 甲 ‘러시아 스캔들’ 푸틴 선택

중앙일보

입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甲)’을 찾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김 위원장이 상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국제 외교에서 몇 안 되는 ‘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줄곧 곤욕을 치른 ‘러시아 스캔들’의 키를 푸틴 대통령이 잡고 있을 수 있어서다. 최근 미 국무부가 448쪽짜리 뮬러 특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면죄부를 얻었지만,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여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전직 외교·안보 고위당국자는 23일 “미국에서 러시아 스캔들이 불거진 뒤 푸틴 대통령 측은 관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왔다”며 “그런 만큼 러시아가 입장을 바꿔 뭔가 다른 얘기를 꺼낼 가능성은 적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안감으로 작용해 푸틴 대통령에게 함부로 하기 어려울 것이고 김 위원장이 이를 역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 2월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북한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대신 푸틴 대통령에 공을 들였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러 정상회담 논의가 본격화된 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다. 북한으로선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을(乙)’의 입장인 시 주석 대신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푸틴 대통령을 구원투수로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AFP]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동병상련의 입장”이라며 “특히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했지만 여의치 않자 최근 강경한 목소리로 돌아선 만큼 현재로선 러시아가 북한에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북ㆍ러 정상회담이 임박한 23일(현지시간) 고려항공 특별기를 이용해 운송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차량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 대학교 내 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TV아사히]

북ㆍ러 정상회담이 임박한 23일(현지시간) 고려항공 특별기를 이용해 운송된 것으로 보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차량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 대학교 내 도로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 TV아사히]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