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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탈원전 선언한 문 대통령에게 “원전 짓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문재인 대통령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전 대통령과 22일(현지시간) 나자르바예프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전 대통령과 22일(현지시간) 나자르바예프 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카자흐스탄이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카자흐스탄의 실권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산 원자력 발전소 구매 의향을 밝혔다.

실권자 초대 대통령 돌발 제안 #화력발전 대신 원전 구매 뜻 밝혀 #문 대통령 “한국도 참여 기회 달라”

문 대통령은 이날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과의 공식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을 별도로 면담했다. 나자르바예프는 30년 가까이 통치하다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사임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종신의장과 집권여당인 누르오탄당 당수 등을 유지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경제와 관련, 현직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겠지만, 보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했으면 한다”고 먼저 운을 뗐다. 그런 뒤 “우리는 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했는데 환경적 관점에서 달려져 그 자리에 원전 건설을 생각 중”이라며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이 원전을 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돌발 제안에 문 대통령은 “한국은 40년간 원전을 운영해오며 높은 실력과 안정성을 보여줬다”며 “UAE 원전 1호기를 사막 지대에서도 공사기간 내 완료했고, UAE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이어 “카자흐스탄에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 한국도 참여할 기회가 있으면 한다”고 답했다.

국내적으론 ‘탈원전 정책’을 추진중인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왕세제와의 정상회담에서 “원전 사업은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고 같이 가자”고 제안했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한국 기업이 수출한 UAE 바라카 원전 준공식에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 소련 붕괴로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물려받은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나자르바예프는 당시 핵을 포기하면서 미국 등의 대규모 경제 지원을 받아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경제 1위 국가로 도약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카자흐스탄은 GDP(국내총생산)가 중앙아시아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하며 중앙아시아의 번영을 이끌고 있다”며 “높은 경제성장의 배경은 자발적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포기하고 경제성장을 선택한 초대 대통령의 결단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도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통찰력 있는 결단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추구하는 한국에 영감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밤(한국시간) 7박 8일간의 중앙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누르술탄(카자흐스탄)=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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