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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야드 치는 1m60㎝ 이승연, 비결은 굵은 팔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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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LPGA투어 신인 돌풍의 주인공 이승연. 그의 롤모델은 타이거 우즈다. [우상조 기자]

KLPGA투어 신인 돌풍의 주인공 이승연. 그의 롤모델은 타이거 우즈다. [우상조 기자]

지난 2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가 열린 경남 김해 가야 골프장. 키 1m60㎝의 신인 이승연(21)은 드라이버를 잡고 260~270야드를 가볍게 날렸다. 막판 우승 경쟁을 벌이던 16번 홀(파5·563야드)에선 티샷 거리가 무려 279야드를 기록했다. 똑바로 멀리 치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그는 결국 데뷔 이후 4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우승했다. 23일 경기도 화성 남수원골프장 연습장에서 이승연을 만나 첫 우승 소감과 함께 장타 비결을 들어봤다.

KLPGA 4개 대회 만에 첫 우승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비거리 늘려 #중학 때부터 9년째 매일 훈련 일지 #“올해 목표는 5차례 톱10 입상”

이승연이 21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KLPGA]

이승연이 21일 경남 김해 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으며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KLPGA]

이승연은 “우승한 뒤 집에 돌아가니까 골프중계 재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 방송을 보면서 내가 우승했다는 사실을 비로소 실감했다. 그날 밤은 흥분한 탓인지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승연이 특히 주목을 받은 건 작은 체격에도 똑바로 멀리 치는 샷 능력 때문이었다. 이승연은 올 시즌 KLPGA투어 드라이브샷 비거리 부문에서 2위(평균 257.6야드)를 달리고 있다. 1위는 장타자 김아림(268야드)이다. 이승연은 “아무리 해도 비거리로는 아림 언니를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체격을 고려하면 이 정도 거리가 나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작은 체구인데도 270야드를 날리는 비결을 물어봤다. 이승연은 “고등학교 1학년부터 매일 2~3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그 덕분에 하체가 탄탄하고 다른 선수들보다 팔뚝이 굵은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땐 눈물도 많이 쏟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늘도 이겨냈네’ 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그런 훈련 덕분에 고2 때부터 비거리가 크게 늘었다. 자신감도 그만큼 커졌다”며 “이번 대회 마지막날 16번 홀에서는 내가 생각해도 놀랄 만큼 거리가 많이 나갔다. 흥분하니까 저절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면서 더 멀리 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연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평균 96~97마일 정도다. 웬만한 성인 남성과 맞먹는 스피드다. 드라이버 헤드의 로프트는 9.5도, 샤프트 강도는 5S다.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이승연이 골프를 시작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다. 공놀이를 좋아하는 딸을 눈여겨본 그의 부모는 딸에게 골프 클럽을 쥐어주었다.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다. 16세였던 2014년엔 경남도지사배, 이듬해엔 일송배 한국주니어선수권을 제패하면서 잠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프로로 가는 길은 멀고도 힘들었다. 2016년 점프 투어(3부)에 뛰어든 그는 2017년 드림 투어(2부)에서 2승을 거뒀다. 그 해 6월엔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홀인원도 했다. 그러나 상금 순위에서 7위로 밀려 1부 투어 직행에 실패했다. 6위까지만 1부 투어 진출권을 주는데 딱 한 계단이 모자랐다. 2016년과 17년엔 2년 연속 시드전에 도전했지만 매번 막판에 고배를 마셨다.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이승연은 “2017년 시드전에서 탈락한 뒤 골프를 그만 두려고 했다. 마지막 1부 투어의 벽을 넘지 못하니까 막막했다. 그 때 코치님이 ‘널 믿는다’며 힘을 북돋워 줬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경남(58) 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도 빼놓을 수 없다. 그 덕분에 이승연은 지난해 드림 투어 상금왕을 차지하며 꿈꿨던 1부 투어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이승연은 “1부 투어에 올라와보니 갤러리가 정말 많더라. 가장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서 골프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연은 중학교 때부터 9년 째 거의 매일 훈련일지를 쓰고 있다. 그는 “사춘기였던 중3 때 6개월 정도를 빼곤 지금까지 매일 일지를 쓰고 있다”며 훈련일지를 보여줬다. 앞면엔 ‘내일이 아닌 오늘을 위해서 살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훗날의 영광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끝난 KLPGA 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웃는 이승연. [사진 KLPGA]

지난 21일 끝난 KLPGA 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웃는 이승연. [사진 KLPGA]

올 시즌 KLPGA투어엔 조아연·박현경 등 걸출한 신인들이 많다. 이승연은 “다른 선수들은 국가대표 경험도 있지만 나는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만큼 다른 프로들에 비해 나는 부족한 게 많다”며 “우승 한 번 했다고 해서 목표가 바뀌진 않는다. 올해 내 목표는 톱10에 5차례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고1부터 다져온 체력과 꼼꼼한 훈련일지 작성 습관이 돋보이는 이승연. 그의 올시즌 목표는 5차례 톱10에 오르는 것이다. 화성=우상조 기자

이승연은…

생년월일: 1998년 5월 4일
키: 1m60㎝
가족관계: 아버지 이동인 , 어머니 박경남 씨의 2남1녀 중 막내
프로 입회: 2016년 8월
1부 투어 우승: 1회(2019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롤모델: 타이거 우즈

화성=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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