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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6조 회계 쇼크’ 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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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 기업인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한 기업인의 발언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중앙포토]

해운업계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매출 쇼크’를 피하게 됐다. 지난 1월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한 뒤 나온 정부 조치다.

1월 문 대통령과 대화 자리서 #“새 회계기준 적용 땐 애로” 호소 #금융위, 리스 관련 완화된 지침 #“기존 장기운송계약은 매출 처리”

금융위원회는 23일 “지난해까지 맺은 해운사·화주 간 장기운송계약(CVC)은 기존처럼 해운사가 전액 매출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는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CVC는 해운사(벌크선사)가 포스코·한국전력·현대제철 같은 대형 화주와 10년 이상 기간으로 맺는 계약이다. 보통 철광석·원유 같은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런 계약을 맺는다.

증시에 상장한 국내 8개 해운사가 맺은 CVC 규모는 총 12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1년에 약 1조2000억원의 CVC 관련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주요 해운사는 에이치라인해운·펜오션·대한상선·대한해운 등이다.

그런데 올해 새로운 리스 회계기준서가 도입되면서 CVC 중 절반가량은 리스(임대)로 회계처리를 하게 했다. CVC에는 화주에 배를 빌려주는 계약(리스)과 운항·연료비를 부담하는 계약(용역)이 섞여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대로 하면 CVC 의존도가 높은 국내 해운사는 매출이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CVC 계약을 맺은 화주(포스코·한전 등)는 회계상 리스로 처리하는 부분만큼 부채가 많이 증가한다.

해운업계는 “안정적인 원재료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의 특수성 때문에 CVC 계약이 많은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며 불만이 컸다. 회사의 실제 영업은 그대로인데 매출이 급감해 자칫 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문 대통령에게 “현재 국내 해운업은 산소 호흡기를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재무구조 개선 등 법적 기준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도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호소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추후 해양수산부 장관을 통해 관련 현황을 듣겠다”며 관심을 보였다.

회계기준 결정의 주무부처인 금융위는 결국 해운업계의 입장을 대폭 수용한 감독지침을 내놨다. 김선문 금융위 회계감독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합리적인 지침을 마련했다”며 “해운사는 10년간 최대 6조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충격을 피하고 화주는 최대 7조원의 부채가 증가하는 충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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