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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인종차별 연극·뮤지컬|남아공 무대 휩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을 신랄히 비판한 뮤지컬과 연극이 최근 잇따라 남아공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에서 공연되어 선풍적인 화제가 되고있다.
흑인 대중들이 현실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인종차별적인 정치체제에의 노여움·슬픔·놀라움·공명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이 두 작품은 흑인들 뿐 아니라 백인들에게까지도 폭넓게 관람되고 있다.
뮤지컬은 남아공의 신진 흑인작가 「무보게니·누게마」의 작품 『사라피나』, 연극은 미국 무대를 근거로 활동해온 역시 남아공출신 백인 극작가 「아돌·푸가드」의『나의 아이들! 나의 아프리카!』.
뮤지컬『사라피나』의 무대는 1976년 6월의 요하네스버그 교외 흑인거주 지역 소웨도다. 그 지역 고교생들이 남아공의 공용어 아프리칸스로 수업 받기를 거부하고 항의데모를 하자 경찰이 발포, 23명의 학생이 사망했던 사건을 작품화한 것이다.
아직도 남아공에서는 이 사건이 일어났던 6월16일이면 엄숙한 추모모임을 갖고 반 인종 차별 정책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남아공 각지에서 오디션으로 선발된 15∼27세의 남녀 약30명이 출연하는 이 뮤지컬의 제목 『사라피나』는 소웨도의 여고생 이름.
그녀는『왜 우리들이 백인 아프리카나의 언어인 아프리칸스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느냐』고 항의하는 고교생들의 대표다.
이 뮤지컬에는 또한 반 인종차별 정책 활동가 변호에 분주한 흑인 여성변호사가 85년 8월 자녀들 앞에서 죽음을 당하는 테러사건 등 실제 일어났던 일을 중심으로 흑인 거주지역의 고뇌에 가득 찬 생활을 다이내믹한 노래와 춤으로 그러냈다. 또한 현재 27년째 감옥에 있는 비합법 흑인해방 조직인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장「넬슨·만델라」(70)를「우리들의 영웅」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있어「피터·보타」현 남아공 대통령을 화나게 했고 관객은 박수로 이에 답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요하네스버그시내 마케트 극장에서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끝에 공연된 『사라피나』는 곧 유럽공연을 거쳐 일본에서도 공연된다.
한편「아돌·푸가드」의『나의 아이들! 나의 아프리카!』는 그가 10년만에 조국무대에 울리는 작품인데 역시 1984년 남아공에서 일어났던 고교 안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것이다.
인종차별 폭동위기가 절정에 달한 무렵 남아공사회의 인종대결로 인한 증오와 반목의 분위기 속에 한 백인소녀가 흑인학교로 전학한다. 그 학교의 교장은 작가의 절친한 친구로 흑인인데 흑인 학생들에게 무조건의 반항보다는 현실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갖기 위한 준비부터 하자고 설득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의 교육관에 저항하고 거리로 뛰어나간다. 흑인과 함께 섞여 살기로 한 백인소녀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결국 그녀는 소외감속에 학교를 떠난다. 그때 한 흑인소년이 절규한다. 『너의 피부가 흑색이 되어도 과연 너는 살아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결국 흑인들의 천형처럼 타고난 비극을 감동 있게 그린 이 작품은 과연 흑과 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이 가능하겠느냐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약20편의 작품을 발표하여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푸가드」씨는 앞으로도 계속 조국 남아공의 반인간적인 인종차별 정책에 반대하는 작품을 쓰겠다고 말했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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