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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권하는 미디어...“드라마ㆍ영화ㆍ웹툰 절반 이상 흡연장면 등장”

중앙일보

입력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영화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모습이 등장하는 영화

청소년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ㆍ영화ㆍ웹툰 작품의 절반 이상에서 담배나 흡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제한 조치가 없는 유튜브 영상의 경우 10편 중 7편에서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보건복지부ㆍ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담배 및 흡연장면 실태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국가금연지원센터 연구팀은 드라마, 영화, 웹툰, 유튜브 등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오락매체 중 인기가 많은 작품ㆍ채널을 대상으로, 담배 제품이 직접적으로 보이거나 흡연 장면이 등장하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인 텔레비전 드라마 중 53.3%(15작품 중 8작품), 영화 중 50.4%(125작품 중 63작품), 웹툰의 50%(42작품 중 21작품)에서 담배나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TV드라마 가운데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한 8개 작품 모두 15세 이상 관람가로 지정돼 있어 청소년도 시청이 가능했다. 지상파ㆍ종편ㆍ케이블로 구분해 보면, 지상파는 1작품(20%)에서, 종편은 4작품(80%)에서, 케이블은 3작품(60%)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있는 작품만 비교한 결과, 지상파 드라마는 한편 당 평균 5회, 종편 드라마는 평균 4회(1~7회)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특히 케이블 드라마는 평균 14.3회(4~20회) 등장해 다른 채널에 비해 등장 빈도가 월등히 높았고, 심지어는 청소년이 흡연하는 장면도 2회 전파를 탔다.

영화는 조사 대상 125작품 중 63작품(50.4%)에서 담배ㆍ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아동ㆍ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전체관람가 영화의 5.6%(18작품 중 1작품), 12세 관람가 영화의 34.9%(43작품 중 15작품), 15세 관람가 영화의 68.6%(51작품 중 35작품)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서는 92.3%(13작품 중 12작품)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다.

담배ㆍ흡연 장면이 있는 작품만 비교해보면 전체관람가 영화는 한편 당 4회,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평균 4.1회(1~13회),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는 평균 9.8회(1~32회),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평균 13.8회(1~29회)씩 담배 및 흡연장면이 등장하는 등 관람 연령 등급이 높아질수록 등장횟수도 늘었다. 또 21편의 영화에서는 담배 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을만큼 흡연 장면이 자세히 묘사됐고, 1편에서는 청소년이 흡연하는 장면도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전체관람가~15세 관람가인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비교한 결과, 한국 영화는 같은 상영등급의 외국 영화에 비해 담배ㆍ흡연 장면이 등장하는 작품 비율, 작품당 등장 빈도가 훨씬 높았다. 12세 관람가 등급의 경우 한국 영화의 75%에서, 외국 영화의 19.3%에서 담배ㆍ흡연 장면이 나왔다. 15세 관람가 등급은 한국영화의 80%, 외국영화의 52.4%에서 등장했다.

연구팀은 2017년 1월~2018년 6월(1년 6개월) 주요 포털사이트(네이버ㆍ다음)에 연재된 42개 작품의 1537편을 조사했다. 그 결과 21개 작품(50%) 145편(9.4%)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나왔다. 조사 대상 작품은 연령제한이 없어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이었고, 특정 담배상표(브랜드)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담배제품을 직접 노출한 경우도 7편 있었다.

최근 청소년들이 즐겨보는 유튜브의 경우 유튜버의 직접 흡연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하는데다 연령 제한도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인 11개 채널의 1612개 영상을 모두 조사했다. 72.7%(1172개) 영상에서 담배 및 흡연 장면이 등장했고 이 중 86%(1008개) 영상에선 유튜버가 직접 흡연했다.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의 99.7%(1168개)가 별도의 연령제한 조치가 없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체 이용가였다. 또 흡연 장면이 있는 영상의 대부분(91.5%, 1072개)은 전자담배 사용후기 영상이었고,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영상이나 신분증이 없을 때 담배를 구매하는 요령을 안내한 영상 등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내용도 있었다. 92.2%(1081개)의 영상은 담배와 담배 상표를 직접 노출하고 있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호기심은 청소년들이 담배를 처음 시작하게 되는 큰 요인 중 하나다. 미디어를 통해 흡연을 자주 접하게되면 그만큼 실제 흡연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를 접하게 될 우려가 높다"라며 "미국의 경우 영화 배급사 차원에서 청소년들이 보는 영화에 흡연 장면을 넣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는 등 자정 노력이 활발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영기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미디어를 통해 담배 및 흡연 장면이 지속적으로 청소년에게 노출되면 청소년의 흡연시도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흡연에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등 바람직하지 않은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TV, 영화, 인터넷 방송, 웹툰, 유튜브 등 모든 매체에서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등급의 경우 담배 및 흡연 장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작자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앞으로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오락매체가 청소년의 흡연을 조장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감시ㆍ감독(모니터링)을 강화해 사회적 자정 분위기를 형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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