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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볼턴""저질 폼페이오" 北 인신공격···비건 좌절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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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책임자들을 겨냥해 인신공격을 쏟아내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첩첩산중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향해 “멍청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 부상은 볼턴 보좌관의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반박하면서 볼턴을 비난했다. 볼턴 보좌관이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는 진정한 징후(real indication)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왼쪽)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왼쪽)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비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AP=연합뉴스]

 최 부상은 “볼턴 보좌관이 희떠운 발언을 했다”며 “언제 한번 이성적인 발언을 하리라고 기대한 바는 없지만, 국가안보보좌관이라면 (북·미) 두 수뇌 분들 사이에 제3차 수뇌회담과 관련해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조·미 수뇌 분들 의사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나온 것인지 나에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경고하는데 그런 식으로 사리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 한테 좋은 일이 없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최 부상의 “멍청해 보인다(dim-sighted)”는 발언을  전했다.
 최선희의 볼턴 비판은 지난 18일 북한 외무성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난에 이어서 등장했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해 “평양을 찾아와 비핵화를 애걸하고 뒤돌아서는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저질적인 인간됨을 드러냈다”고 인신공격했다.

 북한은 볼턴 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을 콕 짚어 힐난하면서도 정작 실무 협상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 간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서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북측 카운터파트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용의가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고 한다.

 또 시기적으로 북ㆍ러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만큼 북한이 미국과 곧장 대화에 나설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북ㆍ러 정상회담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까지 상반기 내 이뤄질 경우 김 위원장으로선 푸틴 대통령, 시 주석과의 대면 외교를 모두 완성한 게 되는 만큼 당분간 미국의 요구를 따르는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나설 동력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단 북핵 협상에 정통한 전직 외교부 당국자는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지난 10여년 간 추진해 온 것"이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러시아로 무게 중심을 옮겨 간다는 등 러시아 변수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오판을 낳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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