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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아프다 … 속앓이 계속될 것" 노 대통령 국무회의서 심기 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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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은 답답한 심사를 "속이 아프다"는 말로 표출했다. 적격 논란이 거듭되자 김 후보자는 "내가 오히려 적임자"라고 항변했다.

7.3 개각 발표 이튿날인 4일 청와대 분위기는 무거웠다. 따가운 비판 여론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런 분위기가 묻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출석하기 전 한명숙 총리는 기자들이 "이번 인사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고 하자 "신문에 다 났던데 뭘 그런 걸 물어보느냐"고 마뜩찮아 했다.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런 얘긴 이제 끝냅시다. 앞으로 일 잘하는 게 중요하죠"라고 받았다. 그러는 중에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한 총리에게 다가왔다.

▶한 총리=힘드시죠.

▶이 수석=저희 때문에 총리님이 힘드시죠 뭐.

(노 대통령이 회의장에 들어왔다.)

▶대통령=기획예산처는 차관이 대행으로 참석하신 겁니까.(※변양균 장관은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장병완 차관=네.

▶대통령=(회의장을 둘러본 뒤) 오늘은 장관님들이 다 나오신 것 같습니다. 지난번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차관님들이 많이 나와서 '대통령이 힘이 빠져서 차관들이 나온 거다' 그렇게 걱정했습니다. 신문들이 그렇게 쓸까 봐.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차관 대참이 많았다고…. 그런 말이 있어서 지난번에 (국무회의) 주재하면서 헤아려 봤습니다. (농담조로) 오늘은 대통령이 나오니까 장관들이 다 나왔군요.

▶한 총리=국회가 끝나서 그렇습니다.

▶대통령=그렇습니까. (한숨을 내쉬며) 어떻든 속이 아파가…. 속이 아프니까 하는 얘깁니다.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런 유형의 속앓이는 계속될 겁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있을 테니까요. 다시 희망을 갖고 해 봅시다.

'대통령이 힘이 빠져서' 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여러 해석이 등장했다. 임기 말의 권력누수(레임덕)를 우려한 발언이라는 해석에서 내각에 대한 불안감이란 해석까지.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장관 대신 차관들이 참석하는 것을 두고도 레임덕 얘기가 나올 수 있으니 국무위원들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취지에서 가볍게 한 발언"이라며 "국무위원들을 질책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속앓이 발언에 대해 다른 관계자는 "개각에 대한 언론들의 비판이 너무 심하다"며 "대통령의 '속앓이 발언'은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 보도를 지칭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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