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념 해칠까봐 개방 꺼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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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욕=박준영 특파원】북한은 일부 경제를 서방세계에 개방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자급자족과 이념의 순수성을 유지하려는 오랜 꿈 때문에 개방의 시야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쉐릴·우던」기자의 평양발 보도에서 북한이 근면한 노동력을 갖고있으나 그같은 복종이 토론과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을 방해함으로써 경제현대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에는 현재 20억 달러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국제신용추락으로 합작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외채를 갚지 못하면서 청소년 축제에 27억 달러를 투자한 것이 국제금융계를 불안케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우던」기자의 북한경제 개방관련 기사를 요약한 내용이다.
지난 40년 동안 공산국가들과만 무역을 해온 북한은 지금 경제의 일부를 서방에 개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력은 이웃 중국이 경험하고 있는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 경제개방에 관한 새로운 시야는 자급자족과 이념적 순수성에 대한 오랜 꿈 때문에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고위관리는『어떤 나라도 홀로 모퉁이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국제적 현실에 적응하고 화해를 향한 세계적인 주류를 따라야 한다. 우리의 경제를 개방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자족에 대한 강조 때문에 북한은 고립되어 있다. 이 때문에 서구 사람들은 무엇이 북한경제를 움직이는지 잘 모른다고 말한다. 외교관들과 외국은행가들은 북한의 어떤 통계도 신뢰하지 않는다.
중국, 소련, 기타 다른 공산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서방의 영향을 흡수하도록 그들의 경제를 재편하는 것과는 달리, 북한은 그들의 자족경제건설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합영공업부 김성환 부부장은『우리는 경제를 결코 폐쇄한 적이 없다. 따라서 지금 개방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김 부부장은 북한에는 20억 달러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졌으며 이들 대부분은 다른 공산국가나 재일 한국인들이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관들과 서구인들은 금융문제가 합작기업을 유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북한정부는 신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은 차관을 갚는 대신 축제에 27억 달러를 썼다.
이는 금융인들을 불안케 만드는 관행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자재 수출로 외화를 벌고 있다고 말하나 경제의 중심은 국내 수요를 위한 중공업이다.
평양의 한 외국인은『그들은 건설을 빨리 하고 잘 조직되어 있다』고 말하고 북한이 외부세계에 공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세계로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체제가 손상되지 않고 외부 세계가 그 체제를 약화시키는 것을 막기를 원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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