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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12. KBC 헬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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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사진=김형수 기자

미국의 유명 오토바이업체인 할리데이비슨 헬멧 가운데 셋 중 둘은 KBC(www.kbchelmet.com) 제품이다. 헬멧의 안쪽을 보면 '제조자 KBC(Manufactured by KBC)'라는 라벨이 붙어있다.

KBC헬멧은 미국.유럽의 중고가(200~300 달러) 시장에서 세계 1위인 홍진크라운과 함께 선두를 다툰다. 이 회사는 연간 100만 개 이상 헬멧을 북미.유럽.남미 등 40여 개 국가에 수출한다. 제조 수량으로는 세계 4위권이다.

서울 가산동 본사에는 100여 명 정도의 디자인.개발 인력이 근무한다. 해외 영업본부는 미국.영국에, 생산기지는 중국.인도네시아에 있다. 자체 브랜드 비중은 60% 정도다. 나머지는 할리데이비슨 이외에 폴라리스.폭스.야마하.스즈키.가와사키 등 세계적인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공급한다.

이 회사 조원혁(57.사진(左)) 사장은 "우리 헬멧을 사갈 업체로부터 디자인 컨셉트를 받아 하자 없는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이 빠르게 성장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 50여 명의 전문 디자이너를 두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조사기관인 JD파워가 조사한 헬멧의 품질.안전도 순위에서 KBC는 2004년 4위, 지난해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위를 차지한 할리 제품도 대부분 KBC가 만든 제품이다. 민경환 마케팅 차장은 "디자인이 뛰어나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사진 (右)) 등 유명 배우들이 KBC헬멧을 쓴다"며 "2000년부터는 오토바이 레이싱에 스폰서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졸업하고 회계사 자격증을 따 공인회계사무실을 운영했다. 93년 동업자의 제안으로 KBC를 창업했다. 당시 한국 헬멧이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는 "처음엔 공장도 없이 디자인만 들고 바이어를 만나 OEM 방식으로 수출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후 인천 가좌동 공장을 인수했고 KBC 자체 브랜드를 키웠다. 2000년 20만 개에 불과했던 판매량은 최근 5년 새 다섯 배로 늘어 지난해 100만 개를 돌파했다.

그는 "70년대부터 세계 시장을 개척한 선배 기업 홍진크라운의 덕을 많이 봤다"며 "바이어에게 'KBC가 한국업체'라고 소개하면 품질과 안전성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BC는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의류 등 액세서리 포함)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인천 공장은 5월 문을 닫았다. 환율이 급격하게 내린 데다 인건비까지 뛰어 중국으로 모든 생산라인을 옮겼다. 헬멧은 전량 손으로 조립한다. 그만큼 손 기술이 중요하다. 조 사장은 "2003년 처음 중국에 진출했을 때 생산성이 오르지 않아 고전했다"며 "올들어 공장이 한국에 있을 때의 8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글=김태진 <tjkim@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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