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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 자유토론 지상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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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 아시아-유럽 프레스 포럼에서는 신제국주의적 행태, 이라크전, 중동평화 문제가 열띤 토론의 주제가 됐다.

첫번째 기조 연설에 나선 독일의 귄터 논넨마허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 발행인은 "냉전 뒤 미국과 유럽.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기반은 줄어들지만 충돌 분야는 넓어지고 있다"며 " 유럽과 아시아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으로부터 소외되고 지배받는다는 느낌을 받는 점에 있어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기조연설을 한 일본의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사히 신문 국제문제 대기자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과 역학관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제2차 세계대전 뒤 성장신화를 일궈낸 아시아의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적 접근방식'을 마련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요약.

▶귄터 논넨마허=아시아와 유럽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다. 미국은 냉전을 승리로 이끌어왔던 방식을 제안했다. 미국의 지휘를 전제로 하는 파트너십을 의미한다. 이라크 재건작업은 미국의 이런 리더십에 대한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다.

▶사밤 시아지안(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 편집국장)=아시아에서도 미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커져 가고 미국의 거대한 힘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유럽이 아시아의 여러 문제에 관여해 미국의 입김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청입셍(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 편집인)=미국을 21세기의 제국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미국=제국주의'라는 사고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미국은 지난 세기 유럽.일본의 재건을 위해 엄청난 정치.경제적 지원을 했다. 그 과정에서의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보기 힘들며 미국의 힘엔 한계가 있었다. 이라크 공격에 나섰지만 벌써 유엔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한계가 있다.

▶김영희(중앙일보 대기자)=미국의 신보수파들은 1981년 이스라엘이 오시락의 이라크 핵시설을 파괴한 방식을 북핵 문제 해결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독일 같은 '구(舊)유럽'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못 막은 것은 한국.중국.일본.러시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지 못했는데 미국이 북한 핵시설 선제공격을 결정할 경우 이들 나라가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베르나르 카상(프랑스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장)=미국은 '젊은 유럽'과 '늙은 유럽'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유럽인은 한 목소리로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다. 이라크전은 지금까지 없었던 '유럽 의식'이란 것을 만들어냈다. 사실 지금까지 유럽은 단지 자유무역 등 경제적 통합을 위한 '국가들의 느슨한 결합'에 불과했었다.

▶요엘 에스테론(이스라엘 하레츠 편집인)=테러와 관련해 미국은 절대 기다리지 않는다. 유럽은 이라크 사태 때 구체적 해결책도 없이 '기다려 보자'는 식이었다. 이래선 절대 테러에 맞설 수 없다. 희생양이 될 뿐이다. 테러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선제공격뿐이다.

▶야마오카 구니히코(요미우리 신문 논설위원)=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최근 유엔 총회에서 급부상하는 미국의 헤게모니 문제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미국을 단지 고립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며, 유럽과 미국은 더욱 대화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정리=최원기.윤혜신 기자<brent1@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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