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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흔들리는 탕웨이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4강전 2국> ●안국현 8단 ○탕웨이싱 9단

7보(99~114)=잠시 발을 헛디딘 탕웨이싱 9단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의 내면에서 무언가 균열이 생긴 걸까. 앞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도 아니건만, 탕웨이싱 9단은 이즈음부터 깊은 수렁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흐름이 이 바둑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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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이 우상귀를 살리기 위해 한 칸 뛴 102 역시 아쉬운 수였다. 102는 언뜻 보면 집으로 약간 이득을 본 것 같지만, '참고도' 백1로 날일자 두는 것이 향후 우변 백돌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였다. 분명 탕웨이싱 9단이 지금 놓고 있는 수들에는 평정심을 잃어버린 조급함이 묻어난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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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안국현 8단은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반상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우변 백을 위협하는 109는 훌륭한 감각. 역시 뒷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안국현 8단 다운 수다. 탕웨이싱 9단의 심리적인 동요를 감지한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정신을 차려 수읽기에 집중했다.

우변 백이 공격당하자 위기감을 느낀 탕웨이싱 9단은 급하게 112로 젖힌 다음 114로 호구 쳤다. 손쉽게 안에서 살아보려는 것인데, 이 역시 소극적인 대처였다. 지금은 A로 한 칸 뛰어 중앙으로 머리를 내미는 편이 좋았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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