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희진 부모 고문 흔적…김다운, 정보 얻으려 잔혹 범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 [사진 JTBC 화면 캡처]

이희진(33.수감)씨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다운. [사진 JTBC 화면 캡처]

주식투자 사기범 이희진(34)씨의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다운(34)의 범행 최종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김다운의 이모씨 부부 살해 사건을 다뤘다.

김다운은 지난 2월 25일 손도끼와 표백제를 구입한 뒤 공범 3명과 함께 이씨 부모의 자택으로 침입해 이들을 살해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김다운 등 4명이 역할을 분담해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다운은 이후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 시신을 평택 소재 창고로 유기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김다운이 이씨 부부를 살해한 뒤 이희진의 동생 이희문을 두번째 타겟으로 삼은 정황이 나왔다. 그는 범행 직후 이씨 부부의 사체를 유기한 뒤 3월 13일 국내 경호업체 직원 A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악질인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입을 막아달라"고 의뢰했다.

경호업체가 이 제안을 거절하자 김다운은 자신이 살해한 이씨 부인의 휴대폰 전화기를 이용해 이희문에게 모친인 척 접근했다. 김다운은 이희문을 만나는 데 성공했지만 이희문은 자리에 직원을 대동했다. 이희진은 당일 범행을 포기한 뒤 이희문을 또다른 장소로 유인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실패하고 경찰에 붙잡혔다.

방송은 김다운이 이씨 부부에게 고문을 가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고도 전했다. 부검 결과 이희진의 부모의 시신은 허벅지 앞쪽에 벌어진 상처가 있었고, 인대가 끊어질만한 손상도 확인됐다. 이날 방송에 나온 전문가는 "피해자들의 시체를 보면 허벅지 등에 상처가 있다. 이는 살해 목적이 아니라 통증을 주려고 하는, 고문의 상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한 이희진씨. [뉴스1]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한 이희진씨. [뉴스1]

김다운은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가하며 무언가 정보를 얻고자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는 "고문의 이유가 아들을 위협할 수 있는 정보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끝내 말하지 않았고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운은 또 이희진 아버지 시신이 들어있던 냉장고를 보관한 창고에 좁은 밀실을 만들었다. 김다운은 요트 사업을 위한 사무실로 쓰기 위해 밀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이 알고싶다' 측은 납치·감금을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했다.

김다운은 지난해 3월부터 범행을 계획했으며 범행 9일 전인 16일에는 인터넷에 공범을 찾는 글을 올렸다. 경찰은 김다운이 1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봤다. 경찰은 김다운이 피해자 집에서 강취한 현금 5억원 중 2억5700만원을 회수하고, 1억7942만원의 사용처를 확인했다. 김다운은 흥신소에 밀항 등을 의뢰하며 5550만원,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4500만원, 시신을 유기한 창고 대여료로 1600만원 등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청담동 주식 부자'로 이름을 알린 이희진씨는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부모 피살 사건으로 잠시 세상에 나와 장례를 치른 이씨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