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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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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 8월 두달 동안 원로·중진 시조 시인들이 발표하는 납량 시조를 매주 1회씩 8회에 걸쳐 연재한다. 시인과 화가가 여름의 자연과 풍물을 찾아가 무더위를 식혀주고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는 내용의 시화를 만든다. <편집자 주>

<시작 메모>
바다, 특히 여름 바다라면 푸른 물이 굽이치는 하얀 모래밭을 연상하게 되는 것인데 서귀포는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물가에 와서 굳어진 곳이라서 그리 낭만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곳이다.
하나 우리 나라의 가장 남쪽에 있고 산에서 곧 바다로 이어졌으므로 푸른 물결과 검은 바위와 수목들이 잘 어우러져 있고 섬도 별로 보이지 않는 망망한 대해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펼쳐져 있어 가슴을 시원히 열어주고 있다. 정방폭포와 천지연의 시원한 물줄기는 능히 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고 특히 남극성을 바라보던 삼매양봉에 서면 북으로 한라, 남으로 대해를 바라게 되어 이 서귀의 정경을 더욱 짙게 느끼게 한다. 아! 여름도, 나도 잊을 수 있는 서귀포여! 1989년7월1일 서귀포에서.
□작가 약력
▲1913년 강원도 화천 출생 ▲서울대 졸업 문학 박사 ▲이화여대 교수 역임 ▲현 한국 시조 시인 협회장·계간 『시조 문학』 발행인 ▲중앙 시조 대상 및 노산·육당·외솔상 등 수상·『꽃과 여인』 『노고지리』 『시조개론』 등 시조집 및 저서 다수.

<서귀포 칠십리>월하 이태극
굳어진 검은 바위
물결이 재롱 짓고
시원히 나는 바람
백록으로 치닫는다
허허한 공간에 안겨
이 인덕에 서 있다
국토 겨웁게 지고
남극성 바라는 눈매
물새 산새 소리는
나를 내가 잊게 한다
수평선 둘레를 넘어
구름 둥둥 떠가고-
천지연 정방폭포
태고를 말해 주고
감귤 바나나 밭
오늘을 익혀 준다
서귀포 칠십리 길은
내일 바라 굽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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