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폭군"→"제재 해제 여지" 하루만에 말 바꾼 폼페이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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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미소짓고 있다.그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를 입증할 때까지 어떤 제재도 해제하지 않는데 동의하느냐"고 하자 "작은 여지를 남겨두길 원한다"고 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일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미소짓고 있다.그는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를 입증할 때까지 어떤 제재도 해제하지 않는데 동의하느냐"고 하자 "작은 여지를 남겨두길 원한다"고 했다.[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대북 제재 해제에 작은 여지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핵심 결의안은 비핵화 검증이 끝날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9일 “최대한 경제적 압박을 유지하는 게 행정부 입장”이라며 원칙을 강조했지만 하루 만에 제재 관련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협상 궤도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려는 전략적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도 폭군" → "상당한 진전 위해 여지" #金, 최고회의 협상 궤도 이탈 선언할까 우려 #WFP 사무총장 만나 대북 영양 지원 논의도 #민주 "북핵 야구 1루 발묶여, 그조차 안전 못해"

폼페이오 장관의 “작은 여지(a little space)” 발언은 상원 외교위 전체회의 2020 국무부 예산 청문회에서 공화당 코리 가드너 의원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약속을 입증할 때까지 어떤 대북제재도 해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왔다. “때로는 우리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거나, 옳은 일을 하기 위한 특수한 경우들이 있다”며 “(출입국) 비자와 관련해 작은 여지를 원할 때도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미 의회가 대북제재강화법 등으로 위임한 대북 제재의 전면적인 집행을 약속하느냐”는 질문에는 “약속한다”고 답했다.

제재 해제에 여지를 두고 싶다는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이 10일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한 다음 나왔다. 전날 "김 위원장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처럼 '폭군'(tyrant)'"이라고 했다가 북한이 협상을 중단하고 핵보유국으로 노선을 변경할 우려가 나오자 다시 제재 해제에 여지를 두는 발언을 한 셈이다. 유엔 핵심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해 인도적 지원의 제재 예외만 의미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국무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9일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의 아동과 산모, 재난피해 지역을 위한 WFP의 영양 지원 프로그램을 협의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 성과가 없다고 공격하는 민주당 의원들과 논쟁도 벌였다. 에드 마키 의원은 “국제 압박 캠페인에 심각한 결함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철회 트윗까지 하면서 혼란스럽다”며 “제재는 효과가 없고, 김정은은 당신네 정권이 끝날 때까지 시간만 끄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폼페이오는 “당신은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평양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제재가 매우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북한 경제는 올해 위축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바다가 넓어 불량 정권의 선박 환적을 단속하기 어렵지만 미국은 한국ㆍ일본ㆍ호주ㆍ베트남과 제재 집행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과 최종적 비핵화 모습에 합의했나”라는 벤 카딘 의원의 질의에 “예스 혹은 노로 대답할 수는 없다. 국제 사회에 의해 검증된, 완전하고 최종적인 비핵화의 궁극적 모습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내게 대여섯번 이상 비핵화를 약속했고 미국 대통령에게 문서로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카딘 의원이 “김정은이 북핵 현황과 제거 방법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느냐"고 몰아 세우자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까진 많은 일이 남아 있다”면서도 “(오바마 정부 때) 이란의 신고서는 완전한 사기며 오류투성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카딘 의원이 “이란에는 국제 사찰관들이 상주하지만, 북한에는 있나”라고 재차 묻자 “없다”고 시인했다.

폼페이오는 제프 머클리 의원이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야구에 비유해 핵ㆍ미사일 시험 동결이란 1루에 묶여 있다”고 하자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제재로 북한과 외교의 기회를 만들었다”며 “우린 1루에 묶여 있지도 않고, 야구 비유는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 주민의 밝은 미래를 위한 길이 있다며 설득 중이며, 러시아와 중국과도 싱가포르의 약속을 이행할 것을 설득하는데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클리는 “북한은 시험 동결 중에도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1루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하자 “2017년 1월 처음 상황을 생각하면 훨씬 나은 지점에 와 있고 제재와 억제 외교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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