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림의 떡’ 직업훈련비 5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실업자든, 재직자든, 자영업자든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300만~500만원의 직업훈련비를 받게 된다. 이른바 ‘평생내일배움카드’다. 어떤 과목을 수강할지 등 지원금을 활용한 훈련 설계는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고용부 내년부터 누구에나 지원 #언제 뭘 배울지 개인 스스로 정해 #재직자 시간내기 곤란, 효과 의문

고용노동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직업능력개발 혁신 방안을 수립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이번 혁신방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민의 신기술 적응력과 평생 고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부터 평생내일배움카드 제도가 도입된다. 카드 유효기간은 5년으로 이 기간 동안 300만~500만원을 지원한다. 카드는 5년 뒤 고용센터에서 재발급도 가능하다. 실업자와 재직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대상이다. 공무원과 사학연금 대상자, 재학생은 제외된다. 다만 정부는 20% 안팎인 자부담률(실업자 훈련과정 25%, 재직자 0~20%)을 35% 내외로 인상할 방침이다. 고용보험 등의 재정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다. 내년에 60만 명에게 발급하고, 2024년까지 22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장신철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선진국에선 근로자의 학습권 보장을 통해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며 “생애를 통틀어 개인 단위로 훈련에 참여토록 하는, 직업훈련 시장의 개혁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고용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직업훈련 시장의 개혁을 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재직자의 경우 스스로 훈련받을 시간을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에 얽매여 있는 상황에서 이를 실현할 방법이 없다. “재직자는 토·일요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고용부의 분석이지만 휴일 훈련으로 지친 상태에서 다시 일터로 나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산재 사고가능성도 커진다. 훈련의 역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선진국은 근로시간 자기 결정권을 높이고 있다. 개인이 근로시간을 알아서 배분하고, 업무 성과를 달성한 뒤에는 훈련시간은 물론 육아, 취미 등에 쓸 시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선택근로제를 확대하는 것과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이유다. 이렇게 되면 정부 보조금에 기대던 훈련기관이 개인을 대상으로 영업하게 된다. 직업훈련 기관 간에 경쟁할 수밖에 없어 직업훈련 시장이 현재와 같은 획일적인 체계에서 벗어나 고도화와 차별화, 전문화할 수 있다.

정부는 스마트 직업훈련 플랫폼도 올해 10월 개통하기로 했다. 이러닝(e-learning) 시스템이면서 훈련 온라인 마켓 역할을 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훈련 검색과 수강은 물론 공공과 민간 훈련기관, 개인이 보유한 훈련 콘텐트를 유·무료로 구입하고 판매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신기술 훈련 비중도 2022년 1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신기술 훈련 비중이 4%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융합기술교육원을 경기도 광명시에 내년 상반기 중에 열 방침이다.

또 인공지능(AI) 대학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을 통해 AI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1만 명을 양성할 방침이다. 소프트웨어(2만 명), 에너지 신산업(1만5000명), 바이오헬스(1만 명) 분야 훈련도 확대 개편한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