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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과천시·화성시의 '기안84' 홍보대사 모시기 전쟁(?)

중앙일보

입력

유명 웹툰 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35)'를 놓고 경기도 수원시와 과천시, 화성시가 소리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역 홍보대사로 위촉하기 위해서다.

예능 프로그램서 "홍보대사 연락없다" 발언에 #수원·과천시는 SNS로 "홍보대사 해달라" #화성시도 "'기안'은 화성지명" 발 담그기

지자체의 경쟁은 지난달 29일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발단이 됐다.
유명 래퍼 타이거JK·윤미래 부부가 "의정부시 홍보대사가 된 지 일주일 됐다"고 소개하자 함께 방송에 출연하는 다른 연예인들도 자신이 홍보대사를 맡은 지역을 언급했다.
이때 개그우먼 박나래는 "기안84님은 (방송에서) 수원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 연락 온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기안84는 "연락이 안 온다"며 "(현재 작업실이 있는) 과천을 노려보고 있다. 과천도 연락이 안 온다"고 말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사진 MBC]

MBC 예능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사진 MBC]

농담 같았던 이 말은 지난 1일 과천시가 시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안84님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과천시 홍보대사 하실래요?"라고 제안하면서 화제가 됐다. 과천시는 SNS에 글을 올린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실제로 기안84의 기획사에 접촉도 했다. 과천시 관계자는 "기안84의 기획사에 연락해 홍보대사 제안서를 전달했다. 거창한 제안서는 아니고 홍보대사의 임무 등을 간략하게 적은 것"이라며 "긍정적인 답변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시 공식 SNS에 올라온 기안84 홍보대사 모시기 게시물.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쳐]

경기 과천시 공식 SNS에 올라온 기안84 홍보대사 모시기 게시물.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쳐]

수원시도 기안84 붙잡기에 나섰다. 수원시는 기안84가 초·중·고교를 다닌 곳이다. 수원시는 지난 2일 과천시에 이어 시청 공식 SNS 계정에 "#기안84님 곧 수원시에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진지)"라는 글을 올렸다. 수원시는 SNS에서 "과천으로 가시는 거 아니죠? 저희 팀장님이 사비 털어 수원 왕갈비 사 드린대요. (속닥속닥)"이라고 적었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안84를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민 반응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해 다음 주 중 정식으로 건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청 공식 SNS에 올라온 기안84 홍보대사 모시기 게시글[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쳐]

경기 수원시청 공식 SNS에 올라온 기안84 홍보대사 모시기 게시글[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쳐]

사실 기안84와 가장 먼저 접촉을 했던 지자체는 화성시다. 화성시는 지난해 '기안84'라는 필명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할 무렵) 화성시 기안동에 사는 84년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에 시 홍보 웹툰 작업 등을 의뢰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은 중단됐다.

이후에도 화성시는 홍보대사에 기안84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시 홍보 웹툰 작업을 의뢰하기 위해 접촉할 당시에도 내부에서 '시 홍보대사로 위촉하자'는 의견이 많아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안84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지만, 그의 행보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기안84 측 관계자는 "(기안84) 본인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과천·화성=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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