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데스노트’로 물타기?…경찰 유착 수사는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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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왼쪽)과 로이킴(오른쪽) [일간스포츠]

가수 정준영(왼쪽)과 로이킴(오른쪽) [일간스포츠]

가수 정준영(30)이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올린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한 가수 로이킴(26ㆍ본명 김상우)과 에디킴(29ㆍ본명 김정환)까지 음란물 유포 혐의로 입건되며 정준영의 친구 리스트가 ‘데스노트’가 돼가는 모양새다. 일명 ‘정준영 카카오톡방’에 얽히기만 하면 피의자가 되거나 참고인 신분이라 하더라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연예인들의 입건 소식이 알려진 후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며칠 내내 이들의 이름이 올라오며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 유착 의혹은 어디 가고 연예인들 혐의만 줄줄이 터뜨리며 ‘눈 가리기’ 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 유착 의혹이나 버닝썬 내 마약 및 성폭력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연예인들의 혐의만 밝혀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증거가 뚜렷한 음란물 유포와 달리 경찰 유착은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의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경찰은 유인석(34) 유리홀딩스 전 대표 부부와 가수 최종훈(29)이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과 함께 골프 모임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소재 골프장 2곳을 압수수색해 골프장 회계 장부와 예약 내역 등을 확보했다. 자료를 확보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골프장을 압수수색하더라도 카드 사용 내역 등에 대해서는 건건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추가 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윤 총경과 유 대표가 골프장 이용에 가명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골프를 친 정확한 시기나 장소 등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어 수사 진척이 더욱 느릴 수 있다.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있는 서울 성동경찰서ㆍ용산경찰서 관련 사건 수사도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2016년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 불법 촬영 사건을 담당했던 성동경찰서 경찰관은 현재 부실수사로 인한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된 상태지만 수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준영의 변호인은 휴대전화가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검찰에 송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시 정준영이 당시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최근 입수해 포렌식했지만 전 여자친구를 불법 촬영했다는 동영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해당 영상이 존재했는지, 당시 누가 없앤 것인지, 입건된 경찰관이 휴대전화를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인지 등에 대해 밝히기 더 어려워질 수 있는 대목이다.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를 받는 FT아일랜드 최종훈이 지난달 16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를 받는 FT아일랜드 최종훈이 지난달 16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최종훈의 음주운전 조사를 담당했던 용산경찰서 관련 수사 역시 속도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의 내부 보고 관행상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음주 사실은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청으로 따로 보고가 올라가는데, 당시 최종훈 음주 건은 보고가 올라가지 않았다. 경찰은 누가, 왜 보고를 누락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최종훈에게 ‘생일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경찰관 역시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최종훈은 “2년 전 일이라 기억 잘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경찰이 진술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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