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구분하지 않는 뉴튼의 작품, 진보적이고 유머러스하죠”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630호 19면

카를라 소짜니

카를라 소짜니

2008년 서울 청담동에 ‘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들어섰다. 지금이야 흔해진 라이프스타일 멀티숍이지만 당시만 해도 트렌디한 패션·미술·디자인·음식 등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융합 공간으로는 유일했다.

‘10 꼬르소 꼬모 서울’ 창립 소짜니 여사 #뉴튼과 오랜 인연으로 사진전 개최 #라이프스타일 멀티숍 통해 경험 공유

취향을 바탕으로 선택한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숍에 포진시키고, 패션뿐 아니라 미술·디자인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형태의 복합문화공간을 처음 만든 주인공은 카를라 소짜니(72·사진) 여사다. 패션지 에디터, 출판인, 바이어 등으로 활약해오다 1990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신의 관점과 취향이 담긴 ‘살아있는 잡지’, 10 꼬르소 꼬모를 열었다.

지난달 20일 10 꼬르소 꼬모 서울 11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소짜니 여사를 만났다. 그는 “11년 전에는 매장 1층에 있던 라이프스타일 제품들이 주목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패션보다 더 반응하고 있다”며 놀라워했다. 또 그는 “물건을 탐색하고 경험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게 오프라인 쇼핑의 묘미”라며 “작품을 감상하듯 제품들을 하나씩 천천히 느껴보라”고 제안했다. ‘슬로우 쇼핑’은 소짜니 여사가 10 꼬르소 꼬모를 처음 준비할 때부터 표방했던 가치다.

그는 무엇보다 ‘가치의 공유(share values)’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션 에디터로서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10 꼬르소 꼬모를 만들었다”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품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장소로서 이를 지켜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열리는 헬무트 뉴튼 전시도 가치 공유 노력 중 하나다. 90년대 소짜니 여사가 보그 이탈리아에서 일할 때 가장 많이 작업했던 사진가가 바로 뉴튼이다. 그의 부인 준 뉴튼과도 막역한 사이다. 소짜니 여사는 뉴튼과의 인연을 묻는 질문에 “어떤 사람들은 그를 무서워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그와 만찬을 가졌는데 굉장한 대식가였다”며 미소지었다. 전시 작품 중에는 소짜니 여사와 뉴튼이 함께 작업하던 시절의 사진과 동영상도 있다.

카를라 소짜니 재단은 헬무트 뉴튼이 2004년 타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사진전을 개최했다. 소짜니 여사는 “젠더(gender·성)를 구분하지 않는 그의 작품 세계는 지금 봐도 진보적”이라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순수한 헬무트 뉴튼의 작품 세계를 감상해보라”고 권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