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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권 1년 정지'는 "당 나가라"는 뜻… 이언주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튜브 채널에서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 '벽창호'라고 언급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5일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1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당 윤리위 회의 뒤 송태호 윤리위원장은 이같은 결정을 밝히며 "(이 의원은) 당원들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했고, 특히 선거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왜 남의 당 후보의 표를 깎는 행위를 하느냐'는 발언은 (분명한) 해당 행위"라고 징계 이유를 설명했다.

당원권 1년 정지는 '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다. 1년간 당내 투표권과 피선거권 등이 제한된다. 자연스레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출마하기 어렵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당원권 정지지만, 실질적으로는 당을 나가라는 뜻"이라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징계 소식에 이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이것이 바른미래당의 현실"이라며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도 내가 생각하는 옳은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 징계로 당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사실상 분당 수순"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당장 바른정당계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보선 참패 징계 1순위는 당 지도부다. 창피할 정도의 최악의 선거 참패를 하고 당원과 국민에게 희망도 못 주는 현 지도부가 먼저 심판의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최고위원 역시 페이스북에 징계 사유가 된 '찌질'과 '벽창호'의 어원을 설명하면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과거 당내에서 '찌질이'라는 말로 다른 의원의 정치적 행위를 비판했다"며 "민주당에서 이거 징계하자는 얘기조차 나왔다는 말을 못 들었다"고 전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가 이준석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가 이준석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이 의원 징계에 앞서 당의 내홍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손 대표는 "선거 결과는 송구스럽다"면서도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4·3 선거 결과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 당이 단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손 대표를 거들었다.

 하지만 이준석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즉시,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아야 한다. 재신임 투표를 해야 한다"며 맞받아쳤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이 이대로 가는 것은 무조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가 결단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이찬열 의원은 공개발언을 신청해 "몇몇 의원의 내부 총질이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국민이 보기에 우리는 콩가루 정당이다.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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