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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구종을 뿌리는 롯데 서준원의 비결은 학구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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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롯데 서준원. [뉴스1]

지난달 31일 잠실 L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롯데 서준원. [뉴스1]

"임창용 같다."

류중일 LG 감독은 롯데 사이드암 서준원(19)을 보고 잠수함 투수 임창용을 떠올렸다. 임창용은 언더핸드지만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사이드암, 그리고 오버핸드까지 세 가지 팔 각도에서 투구했다. 롯데 서준원도 임창용만큼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두 가지 폼을 바꿔가며 던진다.

서준원의 원래 폼은 사이드암이다. 팔 높이는 어깨보다 조금 낮다. 하지만 힘있는 공을 뿌리기 위해 좀 더 팔 위치가 높은 스리쿼터(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의 중간 형태)로 뿌리기도 한다. 물론 팔을 올렸을 때 패스트볼만 던지는 건 아니다. 두 폼에서 각각 세 가지 구종을 뿌린다. 낮은 각도에선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던지고, 높은 각도에선 직구, 슬라이더, 스플리터을 쓴다. 타자 입장에선 여섯 가지 공의 궤적을 머리에 그려야 하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팔 각도를 달리 해서 던지면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어 좋다. 하지만 두 가지 투구폼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서준원은 "고등학교 때 정수민 코치님의 조언으로 팔 각도를 올리는 투구를 시작했다. 지금은 익숙해졌다"고 편안해졌음을 설명했다.

서준원이 다양한 공을 던질 수 있기까진 학구열 덕분이다. 서준원은 "(시속 110㎞)슬라이더가 느려 고민이었다. (덕수고)장재영, (부산고)박진 등 선후배 할 것 없이 나보다 빠른 변화구를 던지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물어봤다"고 했다. 물론 롯데 입단 이후에도 배움은 계속됐다. 서준원은 "2군 캠프에서 이정민 잔류군 코치님에게 스플리터를 배웠고, 손승락 선배님께도 슬라이더와 커터에 대해 여쭤봤다"고 말했다.

물론 그래도 서준원이 가장 자신있는 공은 최고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포심패스트볼이다. 프로 1년 선배인 강백호(KT), 경남고 동기 노시환(한화)과 승부에서도 직구만 던질 계획이다. 서준원은 2년 전 서울고와 청룡기 32강전에서 강백호를 상대로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가운데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내줬다. 서준원은 "포수 사인은 바깥쪽 높은 공이었는데 자신있게 들어가다가 맞았다"며 "다시 형과 만나도 직구로 승부하고 싶다"고 했다. 노시환과 대결에 대해선 "청백전 때 직구를 던진다고 보여주고 던지다 안타를 맞았다. 프로에서도 변화구는 던지지 않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예외는 있다. 서준원은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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